연일 조원태·산은 압박하는 KCGI…"산은이 국민 우롱"

입력 2020-11-17 16:53
수정 2020-11-17 16:58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등 주주연합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도한 이번 통합계획은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숨겨진 본질이라는 KGCI의 주장이다.

KCGI는 17일 “산은의 자금 선집행이라는 유례없는 지원은 조 회장으로 하여금 한진칼의 경영권 방어는 물론 돈 한푼 내지 않고 무자본으로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해 세계 7대 항공그룹의 회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인수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세 곳에 모두 순차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뉴머니’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진칼이 통합항공사의 모회사가 되고,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 %가량을 보유해 KCGI 등 3자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KCGI는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정상적인 실사와 가치평가, 거래조건 협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부채 12조원과 자본잠식상태의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무시한 채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진칼의 1대 주주는 46.7%의 지분을 보유한 KCGI 등 3자연합이다. 조 회장 일가는 41.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진칼 종가(7만7800원) 기준으로 산은에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가정시 산은은 9.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3자연합과 조 회장 일가 지분은 각각 42.2%와 37.3%로 낮아진다. 산은과 조 회장 일가 지분을 합치면 과반에 육박하는 47.0%를 확보할 수 있다. KCGI가 ‘표 대결’을 통해 이를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KCGI는 조 회장이 자금지원 대가로 산은에 본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를 담보로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KCGI는 “조 회장의 지분은 이미 금융기관들에 담보로 제공된 것이므로 후순위로서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는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무리한 자금 선집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고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면서 KCGI 등 3자연합에 경고했다. 대한항공 내 최대 규모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는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회사와 정부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을 반대하는 3자 연합은 더 이상 간섭해 분란을 야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