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시내 관광호텔 인수해 전·월세로 내놓는다

입력 2020-11-17 15:37
수정 2020-11-20 11:47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시내 호텔을 인수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시내 매물로 나온 호텔을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전세난에 즉시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전·월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LH가 서울 시내 매물로 나온 호텔을 인수해 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LH의 자금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호텔 중에서도 관광산업 위축으로 (매물로) 나온 경우가 있다”며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 (주택으로) 내놓는 정도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물로 나온 서울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이밖에 홍대, 강남 등지에 폐업 위기에 몰린 호텔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크라운관광호텔 측은 그러나 "LH로부터 어떠한 제안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서울 시내 호텔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기존 호텔을 활용하면 즉각적인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광호텔은 주로 서울 요지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1인 가구 맞춤형 레지던스처럼 활용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화하겠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전세난을 유발한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을 추진할 때 ‘1인 가구’ 수요를 간과했다는 정책적 반성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시내 1인 가구의 증가가 전세난을 가중했다는 게 정부·여당의 진단이다. 서울시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4%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늘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통계를 보면 서울시 인구는 4만명이 줄었는데 가구 수는 9만6000가구가 늘었다”며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었다는 게 정부와 서울시의 패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객실 수가 100~300개에 불과한 호텔로는 1인 가구의 전세 수요가 충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자녀를 둔 3인 이상 가구에는 효과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에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중대형 임대주택 공급 방안까지 포함될지 주목된다.

정부·여당은 이밖에 사무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을 주택으로 바꾸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