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의 정비사업을 놓고 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총 800억원을 들여 광화문광장을 보행친화 공원으로 개선하는 공사에 나서자, 시민단체들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기습 강행’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정비사업 16일 착공
서울시는 16일 광화문광장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사는 지난 9월 발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2023년까지 총 791억원이 투입된다.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 조성된 것으로, 11년 만에 대대적인 재정비 공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시장 궐위 상황이지만 지난 4년여간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계획안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광장 사이 서측 도로가 없어지고 이 공간은 광장으로 편입돼 쉼터와 나무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된다.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뉘었던 양방향 통행은 미국대사관 쪽 동측 도로로 몰아넣는다. 내년 2월 이후에는 현행 양방향 12개 차로가 7~9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순신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은 광화문광장에 그대로 두고, 한때 막으려 했던 사직로도 살리기로 했다. 월대 등 문화재 복원사업은 2023년까지 하기로 했다.
류훈 시 도시재생실장은 “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의 종착은 전면적인 보행광장”이라며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결국 어느 시점엔 (동측 도로도) 전부 광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공사 기습 강행 반대”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 착공에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시연대·문화도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 공사는 시민사회와의 논의 없이 진행되는 기습 강행”이라며 “착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새 서울시장이 당선된 뒤 광화문광장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공원화해 나무와 쉼터를 조성하면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은주 경실련 간사는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서울시가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광화문광장 정비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작업을 추진해왔지만 정부서울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광화문 일대 주민 등의 반대로 사업에 난항을 겪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 공사는 세종로 보행친화도로 건설 등 시내 도로정비사업과 맞물려 있다”며 “이번 사업을 늦추면 오히려 예산 낭비와 시민 불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수정/신연수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