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동 돌봄' 사회서비스원…정부 사업계획 '엉터리'

입력 2020-11-16 17:50
수정 2020-11-17 02:09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정부가 별도의 법안까지 제정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이 관련 소요 비용 추계부터 엉터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재정분석연구원이 부산시 의뢰로 조사해 최근 공개한 ‘부산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다.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인력을 국가가 직접 고용하겠다’는 목표로 노인과 아동, 장애인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2022년까지 고용할 예정인 6만3000명 중 상당수는 자택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돕는 요양보호사가 차지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들을 고용하는 사회서비스원 산하 종합재가센터가 100명 이상의 노인을 고객으로 확보해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부담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시 연구용역에서는 이런 가정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대구와 경기, 경남 등에서 센터 한 곳당 10~20명의 노인 이용자만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숫자가 오히려 줄어드는 등 신규 고객 확보에도 실패하고 있다. 재정분석연구원은 “민간 요양서비스 업체들이 관련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후발주자인 사회서비스원이 센터 한 곳당 100명의 노인을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민간 업체와의 경쟁 과정에서 공공에 의한 시장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의 비용 추계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추계에서는 100명의 고객을 확보한 재가센터 한 곳당 연 775만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추가로 지자체 부담이 발생할 우려가 없으니 최대한 센터 설립을 늘리라”고 광역지자체들을 설득한 핵심 논리다. 하지만 부산시 용역에서는 건물 임차료 등 연 900만원의 운영비를 포함해 149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사회서비스원 설립에 따른 재가센터 운영은 지자체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상됐다. 복지부 계획대로 부산시가 산하 16개 기초 지자체에 한 곳씩 재가센터를 설립하면 2030년까지 총 61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상황을 감안해 한 곳당 30명의 노인을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2030년 이후에도 비용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는 재가센터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별도의 지원 예산을 잡지 않아 관련 비용은 온전히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분석연구원은 기초 지자체에 있는 유사 시설을 활용하는 등 비용 부담을 최대한 줄일 것을 부산시에 권고했다.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더라도 2026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추가 설립 등에 집중하고 재가센터는 5곳 정도만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연구원은 또 “정부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향상을 재가센터 설립 목적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지만 시간제를 중심으로 제한된 인원만 고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고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계산한 추계로 재가센터의 수익성을 개선할 다양한 방법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정책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