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배구조(G)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요 대기업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등 ‘새로운 리더’의 등장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6일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중 지배구조(G)가 으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ESG 관련 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려면 기업 지배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상장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창업주나 그 후손이 직접 경영하는 데 비해 자본시장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그 비율이 현저히 낮다”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는 단계”라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도 이 같은 논리에 동의했다. 마이다스책임펀드, KTB ESG1등주펀드 등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SG 펀드들의 구성 내역을 보면 지배구조 등급이 높은 기업 비중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서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의 환경 등급이 높아 ESG 펀드에서 환경 프리미엄이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환경 지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물산, SK, 현대오토에버, 롯데정보통신, 동아쏘시오홀딩스, 현대에너지솔루션을 지배구조 관련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이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매각할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임으로써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까지 19.26% 뛰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마찬가지다. 자회사인 에스티팜(제약), 디엠바이오(제약), 용마로지스(물류) 등이 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에 주가는 올해 저점 대비 80%가량 올랐다.
데이터 허브 플랫폼을 개발한 현대오토에버와 롯데정보통신은 각 그룹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13.8% 증가한 1조8327억원, 롯데정보통신은 10.7% 증가한 1조11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