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백신 운송 방식인 '콜드체인' 관련주가 연일 강세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지난 8월 떄도 급등락을 반복했던 만큼 단기 테마주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백신 유통에 따른 실질적인 수혜 여부도 아직까진 불분명하다.
일신바이오는 16일 2.56% 상승한 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의료용 초저온 냉동고와 동결건조기, 혈액 및 시약 냉장고를 만드는 기업이다.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이 유통되면 수혜를 볼 기업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백신 소식 다음날인 10일 전일대비 30% 가까이 뛰었다. 이 회사의 초저온 냉동고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억원 가량으로 전체 매출 중 20%를 차지한다.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는 태경케미컬도 백신 소식이 전해진 9일 이후 4거래일만에 주가가 72.26% 올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2.5% 줄어든 12억원이다. 올 상반기에는 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대한과학은 23.10%, 투비소프트는 25.00% 올랐다. 각각 초저온 의료용 냉동고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저온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대한과학은 올 상반기에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투비소프트는 올 상반기 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이슈가 터지면 주가가 급등했다가 이내 조정받는 ‘롤러코스터’ 그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종목들은 지난 8~9월 독감백신 유통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단기간에 급등했다가 조정받았다. 일신바이오는 8월 한달 만에 200% 이상 가파르게 올랐다가 5760원(10월27일)으로 주가가 반토막 났다. 태경케미컬도 9월 7일 1만600원으로 고점을 찍고 두 달 만에 28%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 "실제 수혜 여부가 불분명한 전형적인 단기 테마주"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백신 유통에 콜드체인이 필요할지도 불분명하다. 지난 10일 미카엘 돌스턴 화이자 최고과학책임가는 백신을 분말 형태로 유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만큼 화이자로서도 선점 효과를 누리려면 분말 형태의 유통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동 유통이 실시된다고 해도 이 기업들이 얼마나 수혜를 볼지는 미지수다. 일신바이오의 초저온 냉동고 생산라인은 올해 이미 가동률이 110%다.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만들고 있다. 백신 유통으로 냉동고 수요가 높아져도 일신바이오가 더 만들어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백신 유통 관련주에 투자하려면 글로벌 백신 유통 관련주가 더 유망할 수 있다는 조언이 따른다. 페덱스, UPS 등 미국 대표 물류회사들이 대표적이다. 화이자는 실제 이들과 협력해 항공편을 이용, 백신을 유통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