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16일(05: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이 대거 원리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진칼의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BW 가치를 뒷받침해줬던 경영권 분쟁이 단숨에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16일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한진칼3WR)은 전거래일 대비 10.74% 급락한 1만3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만 74만6866주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한진칼3WR은 최근 4거래일 동안에만 29.6% 떨어졌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붙어있는 신주인수권만을 거래하도록 만든 증권으로, 이 증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정해진 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를 사들일 수 있다.
BW에 붙은 신주인수권을 직접 행사하는 투자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나흘(10~13일) 동안에만 한진칼 2만9367주가 권리 행사로 새로 발행됐다. 신주인수권 행사가 가능해진 지난 8월3일부터 이달 9일까지 투자자의 권리 행사로 발행된 신주 규모는 236주에 불과했다. 그동안 8만2500원이던 권리 행사가격이 6만8300원까지 떨어져 충분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음에도 투자자 대부분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에 베팅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었다. 16일 한진칼 주가는 8만2200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보다 20.3% 높다.
투자자들은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서둘러 BW를 현금화하고 있다.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장관회의를 열고 산은이 한진칼의 신주와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8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산은이 한진칼의 3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산은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면서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사모펀드 운용사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이뤄진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28.93%)과 백기사인 미국 델타항공(14.90%)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43.83%로 3자 연합(45.23%)보다 적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우호세력으로 나서면서 조 회장 측이 한진칼 지분 50%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제는 BW 가치를 띄울만한 동력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