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을 적극 압박하는 전략적 외교를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인 압박과 ‘원칙 있는 외교’를 혼합하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확연히 구분되는 대북 전략을 추구할 것이란 얘기다.
가장 큰 배경은 환경 변화다. 북한은 어느 때보다 발전된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환경에서 취임한 첫 번째 대통령이란 게 WSJ의 설명이다.
대서양조약기구(ATC)의 마커스 갈로스카스 선임 연구원은 “북한 비핵화는 적정한 장기 전략이기 때문에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인 단기 목표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대선 캠페인 때도 “북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공언해 왔다. 그는 “무조건적인 정상 회담은 (북한과 같은) 깡패 집단을 끌어안는 것일 뿐”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정은이 진정성을 갖고 핵무기 감축을 약속할 경우에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취임 후 한국 등 주변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역시 2000년대 들어 다자간 대북 접근 전략을 추구한 적이 있다.
바이든이 대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5년 이후 미국에서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엔 3주일 만에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1기 집권 때 4개월, 2기 집권 때는 수 주 내 신무기 실험에 나섰다. 일종의 북한식 취임 인사였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열린 열병식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무기를 공개했지만 아직 시험 발사는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과거 바이든과 수 차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북한 국영 매체는 작년 바이든을 겨냥해 ‘IQ 낮은 바보’라고 조롱했다. 또 “바이든은 광견병에 걸린 개이기 때문에 때려 죽여야 한다”고도 표현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차관보는 “최근 바이든 측근들과 대화해 보니 김정은을 설득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북한 무기에 직접 제한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북한이 트럼프 패배에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이끌어온 대부분의 지도자들과 달리 트럼프는 김정은과 개인적인 친분을 맺는 등 북한 정권에 합법성을 부여해 왔다”며 “바이든 시대엔 미북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비어 전 차관보 역시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강행할 경우 바이든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