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올 3분기 동안 21.4% 성장했다. 4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2분기로부터 3분의 2 정도 회복되는데 그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보다 회복속도가 더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 올 연말 또다시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내각부는 일본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연율 21.4% 증가했다고 16일 잠정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 18.03%를 웃도는 수치다. 일본 경제가 전 분기보다 성장한 것은 작년 3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연율 증가세는 1968년 4분기 이후 52년만의 최고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었던 2분기 하락폭(-28.8%)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2분기 GDP는 484조엔(약 5132조원)이었다. 3분기 GDP는 약 507조6000억엔으로 500조엔 선을 회복했지만 2019년 3분기에 기록한 539조3000억엔보다 약 6% 낮다.
미국과 유럽은 2분기의 경기추락을 대부분 회복했다. 2분기 -31.4%를 기록한 미국의 GDP 증가율은 3분기 33.1%를 나타냈다. -39.5%였던 EU는 61.1% 증가했다. 미국과 EU 모두 2분기 기록적인 경기추락에 따른 기저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제조업 경기가 살아난 덕분에 지난 8월 전문가들이 예상한 경제성장률 예상치(연율 13.3%)보다는 경제가 크게 호전됐지만 미국과 유럽 만큼 기저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4분기 성장률 전망치 역시 4.1%로 5.5%와 7.2%인 미국 및 EU보다 낮다.
일본의 경제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아서다. 3분기 개인소비는 전 분기보다 4.7%(예상치 4.41%), 수출은 7.0%(예상치 8.28%) 늘어나는데 그쳤다. 설비투자는 3.4%(예상치 -2.3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종합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내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기업의 설비가동률이 저조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소비는 4~5월 바닥에 진입한 뒤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고용과 소득수준은 여전히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케다 요코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정책·경제연구 부부문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도산이나 실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경제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영향도 더 크게 받는다는 설명이다. 미나미 다케시 농림중앙금고종합연구소 거시경제담당부장은 "개인자산이 많은 고령자가 외출을 기피하면서 소비의 회복이 더욱 더뎌지고 있다"며 "인구 감소 등으로 내수가 약해지자 외국인 관광객이 격감한 영향도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에 따라 일본 경제가 또다시 역성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해 소비가 줄어들면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또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두번째 바닥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들어 일본은 6일 연속으로 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등 제3차 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