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빅딜'이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에서 논의된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경장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참여한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이 안건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산은은 산경장 회의가 끝난 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 방식으로는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칼이 증자 대금으로 금호산업 보유의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후 대한항공이 한진칼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넘겨받는 구조다. 산은은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에 참여한다.
올해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후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은 두 국책은행 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는 대규모의 혈세가 투입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예고된 수순이다.
이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하고,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역시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보유자산이 40조원에 달하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가 된다. 다만 국내 1, 2위 항공사를 통합하는 ‘빅딜’이 성사되려면 구조조정에 따른 반발과 독과점 논란 등 걸림돌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등 3자연합 측(지분율 46.71%)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3자연합은 조 회장 측(41.14%)보다 더 높은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KCGI는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권 다툼에 어느 한편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나오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 요인이다.
또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필요하다.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절반을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양사의 합병으로 복수민항 체제가 무너져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공정위가 앞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합병을 승인한 데 비춰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하면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회생 불가'로 판단한 기업에 산은이 정상화를 명분으로 추가로 혈세를 투입한다는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두 회사의 통합 과정에서 중복 노선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노조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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