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한국은 준비돼 있나

입력 2020-11-15 17:33
수정 2020-11-23 18:21

한국은 2010년 냉장고 에어컨의 냉매로 쓰던 프레온가스의 사용 및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프레온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가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를 통해 이 가스의 생산을 금지한 게 계기가 됐다. 글로벌 환경 표준과 규제가 경제·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관한국가간협의체(IPCC)의 권고를 받아 120여 개국이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탄소중립이 대표적이다.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한다(넷 제로)는 의미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석연료 사용 확대 정책을 뒤집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0) 실현을 공언하면서 탄소중립은 이제 세계적인 대세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현재 배출하는 양만큼 탄소를 줄이거나 흡수해야 한다. 프레온가스처럼 일부 가전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모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탄소 절감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 테마로도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선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탄소중립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3개 업종에서만 탄소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산업계 전체적으론 800조~100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해 기후 변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도 기업의 탄소 저감을 지원하고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탄소중립

탄소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뺀 순배출이 0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 넷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여기서 탄소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일컫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