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연기관차 가장 먼저 퇴출…美·中도 '넷 제로' 선언

입력 2020-11-15 17:37
수정 2020-11-16 02:18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대세가 됐다. 120여 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없애는 ‘넷 제로’를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다. 최근엔 유럽이 주도해오던 탄소중립 대열에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다가올 기후변화 시대를 선도하려는 주도권 경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넷 제로 경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하는 즉시 파리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 청정에너지 100%를 달성한 탄소중립국가가 된다는 목표도 정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당선인의 기후변화 대응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한발 더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기업과 주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구글과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2035년부터 휘발유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자동차 주요 생산국 중 처음으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시장 규모를 무기로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는 데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넷 제로’ 대열에 동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 배출량이 많아 다른 국가들처럼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보고 2060년을 목표 시기로 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이마저도 비현실적 계획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주도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단기간 내 탄소배출을 100% 줄인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탄소중립 법제화한 유럽유럽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단순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제화하고 있다. 스웨덴이 2017년 6월 가장 먼저 법제화를 마쳤다.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등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엔 헝가리가 뒤따랐다. 이들 국가의 탄소중립 실현 시기도 2035년이나 2040년으로 다른 곳보다 빠르다.

유럽은 내연기관 차량도 가장 먼저 퇴출시킬 방침이다. 영국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시기를 2040년에서 2035년으로 당기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등록을 금지한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EU 차원에선 올해부터 이미 주행 거리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 이내로 낮추도록 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벌금을 물어야 한다.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탄소배출 함량이 높은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세계 5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일본도 지난달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실천 계획을 담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보고서도 냈다. LEDS란 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정리해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말한다. EU와 일본 등 19개국이 이 보고서를 냈고, 한국도 연내 제출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제동맹인 ‘기후목표상향동맹’엔 120개국이 참여 중이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함께 보조를 맞춰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