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되는 광주·전남 통합논의…정부도 유인책 내보라

입력 2020-11-15 18:29
수정 2020-11-16 00:44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자발적으로 행정통합을 공론화하면서 부산·경남에서도 비슷한 논의의 단초가 보여 주목된다. 지난 2일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행정통합 논의 합의문’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부산시장 직무대행과 경남지사가 통합론에 공감하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좋은 일이다. 시·도 간 통합이 조기에 성과를 내면서 낡은 지방행정조직 전반을 시대 변화에 맞게 개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내 광역자치단체는 17개에 달한다. 광주·전남을 비롯해 부산·경남·울산, 대구·경북, 대전·충남, 경기·인천 등이 적지 않은 규모의 도의회까지 따로 둔 지방자치단체로 독립한 데다, 제주·세종까지 독립적 권한을 누리는 특별자치지역이 되면서 이렇게 늘었다. 전국 어디라도 한나절 생활권이 되고 서류 공유와 화상회의도 일상화된 현실과는 반대로 됐다. 국토는 갈수록 좁아지는데 지방 조직은 더 쪼개지고 복잡해지면서 행정이 낭비되고 지역으로 갈수록 ‘규모의 경제’와는 멀어지는 것이다.

지방 통폐합은 역대 정부에서도 제기됐다. 정부가 바뀔 때면 지방행정의 주된 개혁 과제로 꼽혔으나 늘 유야무야 돼 버렸다. 지역 내 소지역주의는 그만큼 강했고, 매사 서울 중심인 중앙정부가 덜 절실했던 요인도 없지 않다.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정치적 하청업자’ 정도로 여기는 국회의 기득권도 장애였다.

광주·전남의 통합 논의는 이런 해묵은 걸림돌 논리를 극복하면서 시작해 더 의미가 있다. 통합 논의가 자발적이며, 민간 중심으로 추진키로 했고, 경제공동체 구축 같은 각론은 전문가들에게 연구를 맡기며, 통합청사 소재지 등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한다는 등의 6개항 합의도 무난해 보인다. 국회를 필두로 ‘제3자’의 어설픈 개입만 없다면 향후 논의도 지켜볼 만하다.

통합 창원시의 성공 사례를 봐도 지자체 통합이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주된 걸림돌은 해당 지역의 선거직을 비롯해 본인 이해관계부터 따지는 공무원들의 어깃장이다. 더 벌어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보면 원래 하나였던 시·도 통합은 주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서 지역경제를 한 단계 키울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각도로 인센티브를 마련하며 조기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도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