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당내 대권주자로 언급했다. 이들 인사들이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면서 김 이사장도 야권 내 경쟁을 위한 ‘판 깔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세 사람밖에 없다.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당에 인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김 이사장이 해당 인사들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앞으론 당내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초반엔 기존 주자들에게 '쓴소리'를 하면 각성시켰다면 이젠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유 전 의원의 사무실 개소식 겸 토론회에 참석해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국회의사당 맞은편 건물에 ‘희망22’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열고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다. 사무실 이름은 2022년 대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서울시장 등판론’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현역 의원들도 유 전 의원의 ‘복귀식’에 대거 출동한다. 유 전 의원은 다음 달 중 자신이 구상하는 대한민국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을 펴낼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도 야권의 잠룡들이 참여하는 ‘7인 비상연대회의’를 재차 제안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당내 대권주자들이 보이지 않으니 더이상 당 지지율이 오르질 않는다”며 “(야권 주자들이) 함께 모여서 의논하고 공동으로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을 수시로 국민들에게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언급되고 있는 서울시장 등판론에 대해서도 “농부가 내년 봄에 파종해야 1년 뒤 큰 수확을 하는데 겨울에 조금 배가 고프다고 해서 종자 씨를 먹어버리면 1년 농사를 어떻게 짓겠느냐”며 “가급적 저 외에 당내에서 다른 대안이 나서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 지사도 지난 13일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이 만든 정치 플랫폼 카페 ‘하우스’에서 전태일 50주기 기념 토론회를 갖는 등 중앙 정치에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혁신플랫폼을 구성하자며 연일 제안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의 거취도 관심사다. 지난 14일 시대전환 강연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한 금 전 의원은 오는 18일 국민의힘 초선모임의 강연자로도 나선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