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하고 있다. 북한 매체도 미국 대선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미(對美) 전략 셈법을 놓고 북한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평남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참배한 이후 25일째 공개 활동을 안 하고 있다. 김정은이 매달 주재하는 당 회의도 지난달 5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8일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일주일째 북한 매체는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6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당선 확정 이틀째에 ‘새 행정부’라는 표현을 쓰며 논평은 낸 바 있다.
김정은이 세 차례의 만남으로 친분을 쌓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선언했다는 점이 북한의 침묵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에도 대선이 끝난지 11일이 돼서야 “미국에서 지난 7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후 연방 대법원 판결로 부시 당선이 확정되자 나흘 뒤에 결과를 보도했다.
중국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식 축하 인사를 전한 것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13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식 축하 인사를 전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지향해 왔다는 점에서 중·러 등 전통 우방국들이 축하 인사를 전하는데 홀로 침묵을 오래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다른 주변국들의 동향 등도 다각도로 살펴보며 북한 반응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