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비판하는 '비번공개법'…"秋, 인권침해 사과 촉구"

입력 2020-11-13 20:45
수정 2020-11-13 20:4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토를 지시한 일명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에 대해 변호사 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편의적인 발상으로 국민의 인권 침해에 앞장서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인권 침해적인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2만여명의 변호사가 가입한 단체인 서울변회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지방변호사회 가운데 회원 수가 가장 많다.

서울변회는 추미애 장관이 지시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에 대해 "헌법 제12조 제2항에서 천명하고 있는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형사법상 자백 강요 금지 및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처사로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장관은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을 상대로 법원에 암호해독 명령 허가 청구를 하고 법원이 피의자가 명령에 불응하며 징역형에 처하는 '영국의 수사권한 규제법(RIPA)' 등의 사례를 들며 자신의 지시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국가의 안보, 범죄 예방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성명을 통해 "추 장관의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 거부의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해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지시를 내린 점에 대해 자기성찰과 더불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