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1억 넘게 빌려 투기지역 집 사면 대출금 회수

입력 2020-11-13 17:27
수정 2020-11-14 02:19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면 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로 제한된다. 은행들이 지켜야 하는 ‘고(高)DSR’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 한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신용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규제는 이달 시행된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서민층 생활자금 수요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신용대출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관리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안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이 신용대출을 모두 갚아야 한다. 이번 규제는 신규 신용대출에만 적용된다. 예를 들어 현재 5000만원의 신용대출이 있는데 규제 시행 이후 6000만원을 추가로 받아 수도권 등에서 집을 샀다면 6000만원이 회수 대상이다. 다만 이미 받아놓은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은 규제에서 빠진다.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1억3000만원이고, 이 중 5000만원을 빌려쓰고 있던 사람이 나머지 8000만원을 더 끌어와 집을 산다고 해도 대출 회수 조치를 당하진 않는다.고소득자 신용대출 확 조인다…1억 넘으면 DSR 40%로 제한
소득·신용대출 총액기준 추가…DSR 70% 넘는 대출비중 5%로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얻으면 DSR 40% 규제를 받는다. DSR 규제는 차주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이 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연간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DSR이 40%라면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은 원리금이 2000만원 이상인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당초 DSR 규제는 개별 차주가 아니라 금융회사별로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발표된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얻을 때는 차주 단위로 적용하도록 바뀌었다. 이번에는 연소득과 신용대출 총액 기준까지 추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별로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이달 말까지로 정했다”며 “은행들의 준비가 빨리 끝나면 시행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 적용되는 DSR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70% 이상인 이른바 ‘고(高)DSR’ 비중이 크게 낮춰진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시중은행들은 전체 대출에서 DSR이 70%를 초과하는 비율을 15% 밑으로만 관리하면 됐다. 앞으로는 이 비율을 5%로 낮춰야 한다. DSR 90% 초과 대출은 현재 10%에서 3%까지 낮아진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규제를 맞추려면 신규 신용대출을 내줄 때 지금보다 대출한도를 깎을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선은 고소득자 위주로 한도를 줄이겠지만 고소득자만 옥죄어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를 채울 수 없을 것”이라며 “일부 저소득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의 고DSR 비율도 최대 15%포인트까지 낮췄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 말에 은행들이 DSR 규제를 제대로 지켰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별로 관리하는 DSR을 장기적으로는 개인 차주 단위로 전환하고, 업권별로 최대 160%에 이르는 DSR을 40%대까지 낮추기로 했다. 청년층은 소득이 없어 DSR 규제에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해 연령에 따라 DSR에 차등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달 안에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 마련을 위해 별도의 작업반을 구성키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통상 연말에는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신용대출 상환 능력을 더욱 꼼꼼히 심사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마련한 신용대출 자율관리 목표도 철저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종서/김대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