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회계감사…올해 벌써 65곳 '비적정 의견' 받았다

입력 2020-11-13 17:10
수정 2020-11-14 00:40
회계법인들의 외부감사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비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는 기업이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60곳 넘는 기업이 비적정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5개 상장사(코넥스시장 포함)가 회계법인으로부터 2019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은 49곳이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코넥스시장(9곳)과 유가증권시장(7곳)에서도 비적정 의견이 적지 않았다. 감사의견이 비적정인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되며 다음 회계연도에 대한 외부감사를 정부가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1년 뒤에도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신외감법이 시행된 뒤 회계감사 결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적정 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2018년(2017년 감사보고서) 21곳, 지난해 43곳이었다. 2년 동안에만 비적정 기업이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회계법인들이 이전보다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회계관리가 부실한 기업을 잡아내는 순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너무 빠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기업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외부감사인의 적정 의견 기준에 맞는 회계결산을 준비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다. 특히 올해 초엔 코로나19 사태로 임직원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워지면서 여러 기업이 결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말 기한 안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만 60곳이 넘었다. 결산을 급하게 하는 기업일수록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적정 의견을 받을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예상치 못한 감사의견에 주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투자 종목의 거래가 정지돼 투자금이 묶일 수 있어서다. 이때부터 주주들은 불안 속에 투자한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해당 기업이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비적정 의견이 나왔다는 낙인 때문에 거래 재개 후 주가가 내리막을 탈 가능성도 있다. 타이어 제조 설비업체인 세화아이엠씨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적정 의견을 받고 지난 5월 26일 거래가 재개됐지만 장기간 하향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