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과 관계복원 어려운 이재명…탈당설까지 나오는 이유 [정치TMI]

입력 2020-11-14 08:30
수정 2020-11-14 16:17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지율이 아무리 올라도 당내 경선 통과가 어렵다. 대권을 잡으려면 당을 떠나야 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난데없이 이재명 지사(사진)의 '민주당 탈당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친문(친문재인)과의 악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최대 계파는 친문이다. 이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 기간 친문 진영과 혈투를 벌이며 거의 원수지간이 됐다는 평가다.

친문 진영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의 계정 주인이 이재명 지사 아내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트위터 계정은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친문 지지자들은 의혹을 말끔히 거두지 않았다.

1차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당초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맞다는 취지의 결과를 발표했었다. 이후 이재명 지사는 부인의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친문 진영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각종 송사에 휘말리게 되자 자신은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탄압한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친문 핵심인사들이 되는 격. 이재명 지사와 친문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은 이유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문이 이재명 지사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 "이재명은 과격하고 그동안 쌓인 감정이 있는데 과연 자기들을 보호해줄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재명 지사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호남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달한다. 과거에는 호남 당원 비중이 50%에 달했으나 그나마 2015년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당원 가입이 가능해지고 수도권 30~40대가 대거 입당하면서 호남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그래도 비중이 크다.


호남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호남 출신 대권주자 이낙연 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대선 경선에서 호남은 이낙연 대표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 지사가 당심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위치에 있다. 이재명 지사는 상대적으로 중도층과 보수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비문' 이미지 때문이다. 경선을 염두에 두고 당심 끌어안기에 나설 경우 정작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아이러니(역설)가 발생한다.

현재 야권에 눈에 띄는 유력주자가 보이지 않는 점도 '이재명 탈당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재명 지사가 탈당해 1대 1대 1 구도가 돼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평론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탈당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현재 정치권에 떠도는 풍문은 정략적으로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려는 세력이 퍼뜨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을 떠나는 건 무모한 선택이다. 이번 경선에서 만약 떨어지더라도, 젊기 때문에 다음 기회가 있어 민주당에 남아 있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장성철 소장은 "당심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더 오르고 이재명 지사 본선 경쟁력이 상승하면 친문과 호남도 이 지사에 대해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따라서 이 지사는 본선 경쟁력 키우기에 집중해야 한다. 당심을 얻겠다고 친문 입맛에 맞는 말만 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므로 오히려 각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야당이 지리멸렬해 1:1:1 구도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승리할 가능성이 있단 분석에 대해서는 "야권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보수층이 결집할 것"이라며 "탄핵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는 처음에는 지지율이 5%도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24%를 득표했다"고 설명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차재원 교수는 "이재명 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전제부터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내년 서울?부산 보궐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이낙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이 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고, 경선에서 탈락하더라도 당에 남아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라고 했다.


차재원 교수는 "과거 이인제 전 의원이 탈당하고 대선에 출마하는 바람에 보수 진영이 다 같이 몰락한 전례가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인제 전 의원도 경기도지사였다"고 덧붙였다.

이인제 전 의원은 경기지사로 재임하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하자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제15대 대선에 출마했다. 이로 인해 보수표가 갈린 탓에 당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호남 당원들은 굉장히 영리하다. 그들은 영남 후보(이재명 지사는 영남 출신)가 본선에서 더 유리하다는 걸 안다"며 "만약 이낙연 대표로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하면 이재명 지사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친문도 마찬가지다. 야당에 정권을 넘기는 것보다는 이재명 지사가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