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노동현장에서 죽어가고 있고, 최악의 산재사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약속했던 현장의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모두가 약속한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을 실현하는데 힘쓰겠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약속했던 현장의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아 최악의 산재사망률 기록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고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규칙을 어기면 이익을 볼 수 없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해가 되지 않는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열사의 뜻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열사의 말처럼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나 기계의 부품이 아니라 모든 인간 활동의 목표인 인간 그 자체”라며 “그럼에도 택배노동자들 처럼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죽어가고 있는 역설이 현실이다. 이 현실을 반드시 이겨 내겠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뜻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이날 “우리가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사는 이유는 조금 더 인갑답게 더 잘 살기 위해서다”라며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는 모든 동지들, 국민들과 함께 누군가의 노력의 결과물을 빼앗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하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앞서 도는 올해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열사의 노동존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먼저 ‘99초 전태일?노동?인권 영상제’를 열어 99%의 사람들을 위해 살아간 전태일과 또 따른 전태일인 99% 사람들의 이야기를 99초에 담아 표현한 영상 4개 작품을 선정해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켰다.
또 지난달 27일부터는 전태일 열사가 잠든 모란공원 입구에 임시 추모관을 운영해 열사의 생애와 죽음, 노동현실 등을 다룬 사진과 영상 들을 전시 중이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한편 도의 한 공무원은 "이 지사의 이날 추도사 낭독은 숙연함마저 감돌았다"며 "이는 1976년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14살부터 성남에서 소년공 생활을 하며 당시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했던 근무환경을 몸소 체험했던 모습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78년 고입, 1980년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인권변호사 활동을 거쳐, 지금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한 이 지사의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에는 이 지사와 심상정·박용진·이수진 국회의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종철 정의당 대표, 전태일 열사 유족 등이 참석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