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국민에 '살인자'라고 한 적 없어"…국회 속기록 봤더니

입력 2020-11-13 17:25
수정 2020-11-13 17:38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수집회 주최자들에게 '살인자'라는 표현을 쓴 뒤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했다"고 맹폭을 가했다. 노 실장은 "가짜뉴스"라며 반박했다.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노 실장의 '살인자 발언'이 또다시 논란이 됐다. 노 실장은 지난 4일 같은 자리에서 8·15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보수 단체들을 향해 "집회 주동자들은 다 살인자"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당시 노 실장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노 실장에게 "대통령 주변에서 국격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 저급한 언어, 날카로운 언어로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며 "살인자 발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노 실장은 해당 발언이 "과했다"고 답했지만, 배 의원은 "틀린 것이냐, 과한 것이냐"고 따졌다.

노 실장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버럭'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노 실장에게 민주노총의 주말 집회 계획과 관련,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가 확산하면 그 부분은 노 실장 말씀대로 살인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 실장은 "집회 주동자들이 방역 당국 명령을 지키지 않아 확진자나 사망자가 나오면 비난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어떤 비난이요"라고 물었고, 노 실장은 "제가 지난번에 과하다고 했던 (살인자) 표현을 다시 하라는 말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이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했다"고 거듭 공격하자 노 실장은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한 적이 없다. 어디서 가짜뉴스가 나오나 했더니, 여기에서 나온다. 속기록을 보라"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 4일 국회 운영위 속기록을 찾아봤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8·15 광화문 집회에서 이른바 경찰의 '재인산성' 사진을 보이며 "우리 국민을 경찰이 버스, 차로 밀어 가지고 코로나 소굴에 지금 가둬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 실장은 "불법 집회이지 않았습니까"라며 "국회의원이 어떻게 불법 집회를 옹호하느냐"고 물었다. 질의 중간에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도둑놈을 옹호하는 거야"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박 의원이 "불법집회를, 설령 불법집회라 한다고 대한민국 국민이 도둑놈입니까? 이게 지금 대한민국 여당 의원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8·15 광복절 집회 때문에 우리 경제에 끼친 효과가 성장률만도 0.5% 정도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광화문 집회 때문에 발생한 확진자가 6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박 의원이 계속 재인산성 사진을 들자 노 실장은 "사람까지 7명 이상이 죽었는데 그것을 지금 옹호하는 거냐"며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살인자, 이 집회의 주동자들은"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분들도 다 살인자라는 얘기냐, 에버랜드 가신 분들도, 민주노총도 다"라고 묻자 대답하지 않았다. 노 실장은 결국 "집회의 주동자라고 했다"며 반박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