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12일(15: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도 일본처럼 기업형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12일 '일본 건설사의 사업 재편이 주는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주택 시장은 기존 전세가 아닌 월세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은 100%를 밑돌고 있다. 이 와중에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제 시행 등으로 전세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근로소득을 통해 개인의 부동산 구매 여력은 점차 낮아지고 대도시의 주택 시장은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 혹은 주택 사업체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은 보유 주택을 개인에게 임대해 신축 공사 감소에 따른 외형 축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법인의 주택 소유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고 있어 건설사를 포함한 대기업의 직접 소유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활용한 간접 소유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홍수 등 자연재해가 거듭될수록 건물 관리에 대한 개인 부담이 확대된다"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전문화된 관리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일본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일본은 1990년대 초 이후 부동산이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자산으로 가치를 잃게 됐다. 보유세 등 비용까지 늘면서 주택에 대한 소유 의식이 크게 약화됐다. 자연스럽게 주택 시장 축소로 이어졌다.
이 때 주택 전문 건설사들은 개발, 보유, 관리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했다. 이들은 시공과 임대 주택 관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임대 주택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계열사도 운영하고 있다. 건설 부문의 개발, 시공, 자재, 공급자 금융 지원이 가능한 가치 사슬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건설사들도 건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비스 중심이란 다양한 수요 특성에 맞게 맞춤형 주거를 창출하고 분양 판매 이후에도 관리, 중개, 보수 등 주거 가치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김 연구원은 "시공을 통한 일회성 수익에서 벗어나 누적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임대 사업을 함께 해 사업적 시너지 효과와 수주 잔고에 따른 실적 변동성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용도 측면에서도 이런 사업 구조 변화는 중형 건설사들의 신용도 차별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형 건설사의 경우 주택 시공에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돼 있다. 해외 등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선 비교적 열위에 있다. 대형 건설사와 사업이나 재무 구조 격차를 좁히기 어렵단 의미다.
한국기업평가는 "개발, 주택 관리, 금융 등과 협업을 통해 기존 주택 시공 사업 역량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구축하는 중형 건설사는 사업 위험 분산과 포트폴리오 강화 측면에서 신용도 제고와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