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모주 배정 30%까지 늘리고 추첨제 도입…업계 "IPO 제도 거꾸로 간다" 우려

입력 2020-11-12 16:10
수정 2020-11-12 19:16
내년부터 개인투자자가 청약할 수 있는 공모주 물량비중이 전체의 30%선까지 늘어난다. 일정 증거금만 내면 누구나 공모주를 받도록 균등배정·추첨제도 도입된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반하는데다 자칫 IPO(기업공개) 활성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투협은 지난 8월부터 공모주 배정방식 변경 등 IPO 제도 개편안을 논의해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청약증거금을 많이 낸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개편안은 개인의 공모주 투자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첨을 맞췄다. 우선 현재 전체의 20%로 묶여 있는 개인 의무배정비율을 25%까지 늘렸다. 대신 하이일드펀드에 주어진 공모주 우선배정 물량은 10%에서 5%로 줄이기로 했다. 올 연말 만료 예정이었던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은 2023년 말까지 연장한다.

IPO 과정에서 발행사 임직원에게 우선 배정되는 우리사주 청약분(20%)에서 미달이 발생한 경우, 최대 5%까지 개인에 배정하기로 했다. 2017~2019년간 우리사주 평균 배정물량은 유가증권시장 11%, 코스닥시장은 5%에 그쳤다. 미청약으로 남은 물량은 전부 기관투자가에 돌아갔다. 하이일드펀드 우선배정 축소분(5%)과 우리사주 미청약분(5%) 등을 감안하면 개인에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비중은 현재 20%에서 최대 30%까지 늘어나게 된다.

개인 물량 중 절반 가량은 균등배정 또는 추첨제 방식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균등배정은 일정 증거금을 납부한 모든 청약자에 공모주를 똑같이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물량 대비 청약자가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한 경우엔 추첨을 통해 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밖에 한 개인이 여러 주관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 동시에 청약하는 복수계좌 중복청약을 금지하고, 기관이 IPO 전 발행사와 공모주 인수를 미리 약정하는 ‘코너스톤인베스터’ 제도 도입 등도 개편안에 담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주 배정에서 개인의 비중을 줄이고 기관의 비중을 점차 높여간 기존 IPO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우려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는 기업분석 보고서 등 정보가 부족해 개인이 섣불리 투자할 경우 손실 위험이 크다”며 “전문적 분석능력을 갖추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이 주로 인수하는 쪽으로 제도개편이 이뤄져왔는데 갑자기 이를 뒤집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개인배정 물량이 늘어나면 인수주관을 맡은 증권사의 미매각 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시장에는 개인 의무배정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