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지방 집값도 끌어올렸다…매매가 상승폭 역대 최대

입력 2020-11-12 14:02
수정 2020-11-12 14:04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주택 매매로 돌아서며 집값을 밀어올리는 현상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이번주 지방 아파트값은 큰 폭으로 뛰며 8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도 23주 연속 올랐다.

1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둘째주(9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21% 올랐다. 지난주(0.17%) 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22주 연속 오르는 중이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중저가 단지 매매에 나서면서 외곽 지역들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강북에선 중랑구가 일주일 사이에 0.03%에서 0.04%로 상승률이 커졌다. 강북구(0.04%)와 노원구(0.03%)도 저가 단지 위주로 가격이 많이 뛰었다. 관악구(0.03%)와 구로구(0.02%) 등도 교통호재가 있거나 역세권인 단지 위주로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다만 강남 지역에선 매물이 누적되며 고가 단지 위주로 거래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서초·송파(0.00%) 강남 3구 모두 보합을 기록했다. 강동구에선 명일동 역세권 대단지 위주로 일부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0.01% 소폭 올랐다. 감정원 관계자는 “보유세 부담 있는 강남권 고가 단지는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관망세 보이고 있으나, 그 외 지역은 역세권이나 중저가 단지 위주로 상승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선 비규제지역인 김포시가 1.91% 뛰면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과 3호선 연장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파주(0.47%)나 서울과 가까운 고양 덕양구(0.38%), 남양주(0.29%) 등의 지역에서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강하다. 인천 집값 0.15%에서 0.16%로 크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은 광역시 위주로 강세가 지속되면서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지방은 0.27% 오르며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5대 광역시 지역은 지난주 0.29%에서 0.39%로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0.56%), 대구(0.39%) 등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대구·부산·대전이 차례로 ‘10억 클럽’에 가입하는 등 지방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투기 자본이 규제를 피해 지방 광역시로 이동하는 것을 통계로 확인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7년여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0.27% 상승률을 기록하며 2013년 10월 이후로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0.14%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번주 들어 상승 폭이 더 커졌다.

강남권에서 오름세가 더 가팔랐다. 서초구가 0.22%,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0.21%, 강동구는 0.20%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은 “청약 대기수요, 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학군 및 역세권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상승하고 있다”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5% 올랐다. 인천(0.61%), 고양 덕양구(0.44%), 의정부(0.39%), 양주시(0.37%) 등에서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지방은 일주일 새 0.23%에서 0.29%로 상승률이 증가했다. 지방은 전세가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며 뛰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