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차세대폰 손에 들었다…이건희 별세 후 첫 경영 행보

입력 2020-11-12 14:01
수정 2020-11-12 14: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인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이후 첫 경영 행보로 '디자인 회의'를 택했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서울 우면동 서울R&D 캠퍼스에서 '전사 통합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삼성전자의 디자인 비전과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사업부별로 디자인 전략회의를 진행해 왔으나 올해 처음 이재용 부회장 주관으로 전사 차원의 디자인 회의를 열었다.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의 발달로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가 빨라지는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경영 행보로 미래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떨어지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1993년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1995년 디자인학교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설립했다.

또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정하고 삼성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그룹 역량을 총집결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지금부터 과장 이상은 디자인에 손대지 말라"며 임원들의 디자인 간섭을 막았다.

2005년에는 '제2의 디자인 혁명'을 선포했다. 그동안 무게를 줄이고 크기를 줄이는 데에 공을 들였다면 앞으로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라는 취지다.

이날 회의에서는 진 리드카 버지니아대학 다든경영대 부학장, 래리 라이퍼 스탠포드대 디스쿨 창립자 등 글로벌 석학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혁신 사례도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 고동진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대표,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등을 비롯한 세트 부문 경영진과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가정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로봇 ▲서빙/배달/안내 등이 가능한 로봇 ▲개인 맞춤형 콘텐츠 사용 등이 가능한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등 차세대 디자인이 적용된 시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디자인에 혼을 담고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며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서울, 샌프란시스코, 런던, 뉴델리, 베이징, 도쿄, 상파울루 등에 위치한 글로벌 디자인연구소 7곳에서 디자이너 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