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없고, 쉴래요"…文정부 출범 후 42개월째 증가 '신기록'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0-11-13 10:57
수정 2020-12-17 04:32

'쉬었음' 인구가 4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공교롭게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특히 젊은층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12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역대 비경제활동인구를 분석한 결과, 쉬었음 인구는 지난 10월까지 42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장 기간 증가세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 실업자로 간주된다. 쉬었음 인구의 증가 여부는 얼마나 노동 시장이 위축되어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자의적으로 원해서 구직 활동을 접는 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없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등 대외적인 경제 상황 때문에 쉬는 것을 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와는 별개로 그간 노동 시장이 과도하게 경직된 탓에 젊은 층의 시장 진입이 실패하면서 이러한 기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년 백수, 42개월째 증가 '신기록'

이전에 쉬었음 인구가 최장 기간 증가했던 시기는 2004년부터 2006년 6월까지로 30개월간이다. 이후 2014년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20개월간 증가한 바 있다. 최근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기간도 이례적이지만 증가율 자체도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장기 백수' 증가세가 일시적인 영향이라기 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42개월 내내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5월과 6월에는 쉬었다는 남성이 전년 대비 각각 1.6%, 2% 하락했다. 그러다가 7월에 1.3% 증가로 돌아섰고 8월엔 12% 늘어나면서 증가폭이 가팔라졌다. 이후 42개월 내내 대부분 10%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여성 쉬었음 인구는 9월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고 있다. 그간 여성은 등락은 있지만 한번 오를 때 증가폭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 경기 영향을 한번 받을 때 타격이 더 심하다는 뜻이다. 여성 쉬었음 인구는 2017년 10월 36.6%까지 폭증하다 2018년 8월부터 12월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다시 급증하는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24.3%, 26%까지 치솟았다.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업 타격이 극심한 탓으로 파악된다.



연령별로는 20~40대 쉬었음 인구가 급증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젊은층일수록 구직 시기를 놓칠 경우, 취업이 무한정 미뤄지면서 경제 활동을 단념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올해 3월과 4월은 35% 안팎으로 동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7월부터 10월까지도 내내 20% 안팎으로 높은 수준으로 증가해왔다. 또한 올해 30대와 40대도 내내 20% 안팎으로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다. 50대와 60대 쉬었음 인구 수가 5월부터 10% 미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야전문가들은 최근 쉬었음 인구 증가세에 대한 원인으로 노동 시장 유연성 하락을 지목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200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03년 123개국 중 63위에서 2019년 162개국 중 144위로 추락했다. 반면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하르츠 개혁을 실시한 독일은 같은 기간 80위에서 42위로 올랐다. 노동시장 유연성 점수(최대 10점)도 같은 기간 독일은 2.9점에서 7.5점으로 4.6점 상승했지만 한국은 3.8점에서 4.8점으로 1.0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고용 동향에 대해 "경기상황의 어려움이 노동시장에 취약한 계층, 특히 청년이나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계층 중심으로 타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향후 구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 교수는 "쉬었음 인구의 증가세 등 구직활동이 줄 경우 가처분소득이 감소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경기가 더 악화된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노력과 더불어 노동시장 경직성을 줄여나갈 수 노력이 결합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고용시장 지표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그간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정책들은 안정성을 생각하는 한편, 대부분 노동 경직성을 높이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다"며 "최근 쉬었음 인구 증가는 노동 시장 경직성으로 인해 더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데 대해 "젊었을 때 일하지 않으면 인적 자본(Human Capital·근로자의 지식과 기술)을 축적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직장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요즘 같은 환경에서 노동 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시장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