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은 한국 경제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 금융시장에선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정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제1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미 대선에 따른 경제 파급 영향 및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주식·채권·환율 등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 분야로 나눠 바이든 정부 출범에 다른 국내 경제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주식 시장엔 긍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기재부는 "다자 무역주의 회복, 글로벌 무역 환경 개선 등이 기대됨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엔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경제기관에서도 바이든 후보 당선 시 미국·중국과 무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에 따른 정치적 혼란 등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 시장에 대해선 "바이든 정부가 추가 재정 부양책을 쓰고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말 1169원50전에서 11일 11일 111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바이든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인데, 앞으로 실제 정책이 기대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환율 등락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 시장은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재부는 "재정 지출 확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 등 금리 상승 요인도 있다"고 짚었다.
전반적인 실물 경제도 상방 요인이 우세하다는 게 기재부 분석이다. 기재부는 "확장 재정 등을 통한 미국 경기 회복은 대미(對美) 수출 수요 증가 요인으로 국내 거시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의 중산층 감세 등 공약 역시 미국 국민 소득 여건 개선 → 수출 증가의 경로로 상방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기재부는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산업 규제가 강화된다면 한국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완화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산업별로는 친환경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산업 등은 기회가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철강, 석유화학 등 고에너지 산업은 경기 하방 우려가 있다. 바이든 정부가 탄소 배출 감축 등 친환경 정책을 강도높게 펴리란 전망이 많아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친환경·보건·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신(新) 정부와 경제협력을 강화해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친환경차, 탄소포집기술 등 분야에서 미국과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미국 내 청정에너지 실증사업에 국내 기업의 참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진단키트·마스크·소독제 등의 대미 수출 확대를 추진한다. 코로나19 백신 공동 생산 등도 지원한다. 홍 부총리는 "미국의 환경 규제 강화를 대비해서 국내 고탄소기업의 친환경 전환도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