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년 걸렸는데…바이든, 4일 만에 한국전 기념비 헌화

입력 2020-11-12 10:42
수정 2020-11-12 12:2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당선이 확정된 지 4일 만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날 “바이든 당선인이 11일 오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의 기념비를 찾아 15분간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손을 잡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는 기념비 앞에 도착했다. 패트릭 듀건 필라델피아주 판사와 짐 케니 필라델피아 시장에 이어 바이든 부부가 세 번째로 기념비에 헌화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헌화 후 기념비 앞에 서서 묵념했다.

필라델피아 한국전 기념비는 6·25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지역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필라델피아와 그 주변 카운티 출신으로 전사하거나 실종된 참전용사 622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매년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와 재향군인의 날(11월11일)마다 이곳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바이든 당선인이 당선 확정 4일만에 한국전 기념비를 찾은 것은 한·미 동맹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당시와 대선 기간 중에도 한국을 ‘혈맹’, ‘친구’라고 부르며 각별한 마음을 표시해왔다.

이러한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헌화했다. 6·25전쟁 관련 기념비에 헌화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취임 후 만 3년 반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내년 1월20일로 예정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 다시 찾지 않는다면 이는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전 기념비 헌화로 남게 된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DC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할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정책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동맹 관계보다는 미국의 국익이 우선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해왔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동맹’을 중시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 동맹과 다자(多者)외교를 앞세워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바이든 당선인이 당선 확정 후 정상 간 외교를 시동 건 가운데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전통적 동맹국들과 일본 정상과도 잇따라 통화하며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