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독립 주장' 의회 의원 4명 의원직 박탈

입력 2020-11-11 17:48
수정 2021-02-09 00:03


홍콩 정부가 11일 입법회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했다. 이날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의원 자격에 '충성심' 요건을 넣기로 결정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홍콩 정부는 이날 앨빈 융, 궉 카키, 데니스 궉, 케네스 렁의 의원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이들이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고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를 해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 입법회 직책 유지에 관한 결정'을 이날 채택했다. 이 결정의 애국심 의무 조항은 홍콩 입법회 의원이 독립을 주장하거나, 외부 세력과 결탁하거나 기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해 중국과 홍콩에 충성하지 않으면 자격을 상실하도록 했다. 현역 의원부터 곧바로 적용되며 출마 예정자도 이런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자격 상실 판단 권한은 홍콩 정부가 갖는다.

전인대 상무위가 미국 대선 직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미·중 사이에서 홍콩 인권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정식 취임하기 전에 홍콩 관련 현안을 빨리 정리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에선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관위의 후보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제7대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최소 16명의 민주파 후보들에게 '충성 질의서'를 보내 이들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미국 관리와 의원들에게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것 등을 문제삼았다.

홍콩은 당초 9월6일 제7대 입법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선거를 1년 뒤로 전격 연기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8월11일 제6대 홍콩 입법회 의원들의 임기를 제7대 입법회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로 연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입법회 의원 자격에 애국심 의무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홍콩 정부가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자격이 박탈된 데니스 궉은 "법치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것으로 의원직이 박탈된다면 의원직을 잃은 것이 오히려 명예롭다"고 말했다. 또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콩 정치평론가 소니 로는 블룸버그통신에 "야당 의원들에게는 협조하거나 아니면 입법회에서 쫓겨나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우리는 입법회가 향후 친정부 의원들로만 채워지는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