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10일(18:2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바이오랩이 일반청약에서 5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는 실패했으나 공모가를 대폭 낮춘 덕분에 개인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평가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바이오랩은 9~10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5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바이오랩은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청약을 받았는데, 증권사별 경쟁률은 삼성증권 567 대 1, 대신증권 528 대 1이었다.
전체 공모물량의 20%인 40만주 모집에 약 2억1900만주가 접수됐다. 청약 증거금으로 약 1조6400억원이 몰렸다.
고바이오랩은 지난 3~4일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64 대 1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이 희망공모가격(1만8000~2만3000원) 하단을 제시했다. 최사 측은 공모가를 하단보다 낮은 1만5000원에 확정했다.
최근 부진한 바이오 기업의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인 박셀바이오(94 대 1), 피플바이오(40 대 1), 젠큐릭스(77 대 1) 등이 줄줄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꺾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바이오랩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74억원이었으며 올 상반기에도 59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주력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이 이뤄지는 2024년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제약사들을 비교 기업으로 택한 것도 논란이 됐다. 유한양행, 종근당, 보령제약, 대원제약 등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제약사와 비교해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고바이오랩의 공모가 산정시 적용된 주가수익비율(PER)은 23.09배다.
업계는 고바이오랩이 공모가를 낮춘 덕분에 일반청약에서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공모물량도 240만주에서 200만주로 줄였다. 이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3637억원에서 2312억원으로 줄었다.
고바이오랩에 부여된 풋백옵션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바이오랩은 기술기업 특례상장 중 성장성 추천 트랙을 통해 6개월간 풋백옵션을 받았다. 풋백옵션은 상장 후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밑돌면 이를 주관사가 직접 매입해 투자자를 보호해주는 제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공모절차를 마친 고바이오랩은 오는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