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검찰의 '탈(脫)원전' 수사에 대해 "공직사회의 적극 행정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가족도 수사 받고 있는데 좀 자숙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총리는 10일 세종시 총리 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검찰의 행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에 대해 "내각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 총장을 향해 "고위공직자 위치에 있는 사람인 만큼 행보를 자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가족이나 측근들이 의혹을 받고 있고 수사도 받고 있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 부인과 장모는 뇌물 수수, 주가조작 개입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최근 탈원전 정책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압수수색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 총리는 "공직사회가 사명감을 갖고 적극 행정을 펼치려 하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고 했다. 산업부의 탈원전 정책은 적극 행정의 결과물이었고, 이를 검찰이 수사하는 건 적극 행정을 방해하는 꼴이라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공직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쳐야 할 때"라며 "검찰이 그런 점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추미애 장관에 대해서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싶다"며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개혁을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매매의 경우 조금 급등하다가 안정되는 듯 보이지만, 전세 물량 부족이 상당히 심각해 걱정"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공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당정청 간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묘책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해 신공항 검증과 관련해선 "아마 오늘(10일) 법제처에서 (안전성 관련 유권해석) 회의를 했고 아직 결과는 통보받지 못했다"며 "검증위의 입장이 나오면 정부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개인 생각과는 관계없이 검증위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그 결정을 받아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조치를 신속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재정 건전성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재정준칙에 대해선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 총리는 "정부 재정준칙안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유연성도 동시에 갖춰 국제사회에서도 좋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개각에 대해선 "작게 두차례 나눠 할 것"이라면서 개각 시점의 경우 연말 연초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장관이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선 ▲방역과 일상 조화 ▲민생경제 회복 ▲취약계층 보호 등 세 가지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경제 회복 관련해서는 "미래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소경제, 바이오헬스, 미래차, 인공지능(AI) 등 규제 혁파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