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사진)은 2016년 3월 취임 후 두 번의 연임에 성공한 증권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하나금융투자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이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된 후 유일하게 두 번 연속 연임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이 사장은 그룹 계열사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신한금융투자에서 온 외부 출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 특유의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이룬 경영성과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 사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매년 순이익이 증가하며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대규모 증자를 통해 중대형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을 키워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취임한 지 5년이 돼 갑니다. 그동안 가장 큰 성과라고 할 만한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당초 2022년까지 자기자본 5조원, 순이익 5000억원 회사로 키우겠다는 ‘비전 2255’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조기 달성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초대형 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확보했고, 부문별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자기자본이 1조8000억원 규모의 중형 증권사였는데 대형 증권사로 값진 성장을 이뤄낸 것이죠.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통해 ‘빅5’ 증권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IB 부문 성장이 돋보입니다.
“IB부문의 경우 국내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는 물류센터, 기업 자산매각, 우량 개발사업 관련 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하나금융투자가 잘하는 해외 대체투자 부문의 ‘빅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죠. 특히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기업신용공여 등 종합기업금융을 확대해 초대형 IB 관련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바이오매스 발전소, 에이치라인해운, 북미 데이터센터 투자, 대전역세권 복합개발 등 다양한 국내외 딜을 성사시켰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와 불편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에 맞춰 해나가려고 합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정책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 전망은 어떻게 봅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산업과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에너지산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도 한국판 뉴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금융추진단’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5년간 혁신금융 50조원과 함께 뉴딜금융 10조원까지 총 60조원을 투자·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룹뿐 아니라 당사도 신재생에너지, 빅데이터 등 분야에서 빅딜을 추진하고 있고, ‘하나 뉴딜금융테크랩V3’ 등 자체 상품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과 하나금융투자가 추진하는 IB 사업은 어떤 식으로 연계됩니까.
“제가 가장 주목하고 또 욕심내고 있는 분야는 한국판 뉴딜 핵심축 중 하나인 ‘지역균형 뉴딜’입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금융사가 협력해 지역의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거나 도시재생사업 등을 지원하면 개별 기업이 하는 것보다 효율성,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대전 역세권 복합개발, 경기 광명시 의료복합클러스터 사업, 대구 자갈마당 재개발 사업 등이 대표적이죠. 이들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중도금 대출, 담보대출 등 금융주관 등을 맡았습니다. 이런 사업은 지자체의 숙원사업인 동시에 그 지역 개발 신호탄이 돼 지역경제 허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험과 노하우, 성과 등이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지자체에서 서로 같이 사업을 하자며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라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터졌습니다. 하나금융투자는 다행히 대형사로는 드물게 라임자산운용 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등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는데요. 금융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대응책, 리스크 관리법을 갖고 있습니까.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잘 구축돼 있어 각종 사고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지난 10월엔 업계 최초로 금융소비자포럼을 열기도 했습니다. 상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보호실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불리한 점이 없는지,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이 이해하기 쉽게 포함돼 있는지를 두 차례에 걸쳐 사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검토 이후에도 소비자보호담당 부서와 리스크담당 부서장 전원의 합의를 얻고 상품위원회의 의결을 통과해야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상품감리팀을 신설해 상품 판매 이후 사후 모니터링도 강화했습니다. 판매된 상품이 제안서와 같이 적절하게 운용되는지, 투자자 고지사항 발생 시 지침에 따라 투자자 고지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펀드 시장이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양질의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랩어카운트 등 자체 상품도 다양하게 내놔 돌파하려고 합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