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좋다는데…'자녀관리 앱' 별점 테러, 왜?

입력 2020-11-10 17:21
수정 2020-11-11 00:44
‘자녀 관리 앱’ 사용을 놓고 가정 내 갈등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온라인 학습이 크게 늘어나며 자녀들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아지자 부모들이 자녀 관리앱을 이용해 이를 규제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사생활 자유를 제약당하고 있다고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자녀 관리 앱은 PC·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앱으로, 기본적으로 해당 기기의 이용시간 설정, 유해사이트 차단 기능 등이 적용돼 있다. 앱에 따라 위치추적, 취침시간, 자녀폰의 앱 관리부터 통화내역 확인까지 가능하다. 패밀리링크, 젬, 모바일펜스, 엑스키퍼 등이 대표적인 자녀 관리 앱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HD에 따르면 패밀리링크는 부모용, 자녀용 모두 1년 만에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가 두 배를 넘어섰다.

부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접속이 잦아지면서 이로 인해 생길 중독이 우려스럽기 때문에 관리 앱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범죄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유해사이트 차단이 가능한 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12세 딸을 키우는 이모씨(41)는 “온라인 강의를 봐야 한다고 하니 스마트폰을 사줬지만 늘 아이를 지켜볼 수 없어 걱정스럽다”며 “중독도 중독이지만 범죄에 연루될까 봐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녀 관리 앱들은 앱 마켓에서 별점(고객 평가 점수)이 낮은 편이다. 청소년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별점 평가를 매우 낮게 주고 있어서다. 청소년들은 관리 앱으로 인해 사생활이 지나치게 제약당하고 있으며,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인권을 침해하는 청소년 보호앱을 없애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앱 삭제를 고심하는 청소년들로 인해 ‘패밀리링크 뚫는 법’ ‘모바일펜스 삭제’라는 제목의 블로그, 커뮤니티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불법음란정보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2016년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