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사업자인 A씨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고가 아파트를 외국인에게 월세로 내줬다. 임대 수입만 연간 수억원이었지만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외국인들은 보통 보증금 없이 임차권 등기를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B씨는 연간 수십억원의 전세 수입 신고를 누락했다. 부부 합산 3주택 이상 보유자면 전세금도 간주임대료로 계상해 신고해야 하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다.
국세청은 A씨와 B씨 등 임대 소득 신고를 누락한 3000명의 주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세무검증에 들어갔다고 10일 발표했다. 2000명이었던 지난해보다 검증 대상이 50% 늘었다. 세무검증을 받는 임대사업자 수는 2017년 1000명에서 2018년 150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국세청은 고가 다주택 임대사업자를 모두 전산으로 분석해 불성실 신고 혐의가 높은 고소득 임대사업자를 선별했다. 그동안 한시적으로 비과세 대상이었던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주택임대사업자도 올해부터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에 검증을 받는 이들은 대부분 불성실 신고 혐의가 있는 다주택 임대사업자다. 60여 채의 다가구주택을 임대 중인 C씨가 대표적 사례다. C씨는 서울 강남 인기학군 주변 주택을 통해 수억원의 월세를 받고도 전혀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비와 난방비 명목으로 임차인에게 받는 금액도 신고하지 않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D씨는 국세청의 빅데이터 분석에 덜미가 잡혔다. 강남 주상복합건물 등 10여 채를 임대하면서 상가임대 수입만 신고하고 주택임대 수입 수억원은 신고하지 않았다. 다세대주택의 보증금은 소액이어서 임차인들이 확정일자 신청이나 임차권 등기를 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루 혐의가 있는 고가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무검증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소득세 성실신고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