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자산시장은 요동쳤다. 투자자들은 주가 급등, 유가 하락, 금값 상승 등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올 들어 가장 많이 오른 자산은 무엇일까. 11월까지 최고 수익률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 구리, 미국 및 중국 주식, 미국 채권 수익률은 비트코인에 한참 못 미쳤다. 비트코인 가격은 1만50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서며 2018년 1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과 기관들의 수급이 뒷받침되면서 비트코인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의 대안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두 배 뛴 비트코인올해 주요 자산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일까지 비트코인(달러화 기준)은 연초 대비 117.3% 상승했다. 주요 자산별로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의 성과를 집계한 결과다. 아직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없는 비트코인만 원래 가격으로 계산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6일 201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1만5000달러(약 1670만원)를 넘어섰다. 올초 7000달러 선을 오가다 지난 3월 4800달러까지 떨어진 후 급등세를 이어가며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10일까지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1만50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며 장기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른 자산들은 비트코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열풍에 힘 입어 급등한 한국 코스피지수는 물론 미국 S&P500지수, 중국 대형주지수(CSI300) 등은 비트코인 수익률을 밑돌았다.
중국 CSI3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ETF인 ‘중국AMC CSI300지수’는 연초 대비 26.6%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를 기초로 하는 ‘코덱스200’ ETF와 S&P500지수와 연동되는 ‘SPDR S&P500’ ETF도 각각 10.4%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올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은 ETF 수익률이 28.2%로, 주식이나 채권 수익률을 앞질렀지만 비트코인엔 미치지 못했다. 은 ETF가 연초 이후 40.9%로 상품 중에선 가장 높은 수익을 냈고, 구리 ETF는 11.5% 수익률을 기록했다. JP모간 “금의 대안”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관련 금융상품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ETF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스닥 장외주식시장(OTC)에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등이 관련 금융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미국 가상화폐 헤지펀드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신탁이다.
미국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이 비트코인 신탁이 금 ETF보다 나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간은 “금에 투자해온 패밀리오피스(초고액 자산가) 등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식해 대거 매수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신탁 수요가 금 ETF 수요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40억달러 수준이던 그레이스케일의 운용 자산 규모는 최근 90억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JP모간은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10배가량 커져 현재 금 투자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 되면 금 대체 투자 수단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장기 상승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제도권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개시했고,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기업들의 비트코인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 JP모간 등 은행도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로 결제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