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걱정돼서"…관사 무단침입한 공무원, 法 "해임 부당"

입력 2020-11-10 07:43
수정 2020-11-10 07:49


과음한 여직원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거주하는 관사에 무단으로 들어간 공무원을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 이수영 백승엽 부장판사)는 소년원 공무원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6월 직장 동료인 B씨가 "전날 과음을 해 걱정된다"는 이유로 B씨 룸메이트로부터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관사에 들어갔다. 이에 샤워 중이던 B씨가 놀라 소리를 지르자 A씨는 방에서 나왔다.

이후 B씨 신청으로 열린 법무부 고충심의위원회에서 A씨는 사건 발생 이전 B씨에게 성적인 의미를 담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고 사건 발생 이후에도 억울하다는 뜻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가 "고충 신청서가 접수된 뒤에도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등 재론의 여지 없이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해임 처분을 내리자 A씨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허락 없이 거주지에 들어간 것과 일부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그러나 A씨가 전날 과음한 B씨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주거지에 들어가게 된 점 등에 비춰 "해임은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법무부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