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친일 행적' 100원짜리 동전 '이순신 영정' 바뀌나

입력 2020-11-10 07:26
수정 2020-11-10 07:28

한국은행이 향후 친일 화가가 그린 화폐 속 위인 영정을 새 그림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한은은 화폐의 공공성을 고려해 정부가 정한 '표준영정'을 화폐 도안으로 사용해왔는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 화폐에 담긴 영정을 그린 작가들의 친일 행적 때문에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될 수 있어서다.

10일 한은 등에 따르면 화폐 도안의 위인 초상에 대한 정부의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되면, 한은은 도안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다. 표준영정은 선현의 영정이 난립하는 것을 막고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한 영정을 뜻한다.

현용 화폐 가운데 100원화(이순신), 5000원권(율곡 이이), 1만원권(세종대왕), 5만원권(신사임당) 속 정부 표준영정의 작가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이순신 영정은 장우성 화백이, 이이와 신사임당 영정은 김은호 화백이, 세종대왕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그렸다. 가장 먼저 겉면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 것은 100원 동전이다.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은 1983년부터 100원짜리에 새겨져 왔다.

현충사관리소에서 지정 해제를 신청한 100원 표준영정은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서 해제를 심의 중인데,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앞서 장 화백이 그린 유관순 열사의 영정은 1978년 표준영정이 됐다가 이후 지정 해제됐다.

반면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 지폐는 현재 표준영정 지정 해제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당장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충무공 영정 외에 나머지 친일 논란이 있는 화가가 그린 영정 13위를 소유주의 신청 없이도 문체부가 지정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폐 속 도안을 교체할 때는 동일 인물의 표준영정이 제작될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다른 인물이나 비(非) 인물로 바꿀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은 측은 3종의 지폐를 바꾸는 데 약 4700억원의 돈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가 담긴 본관 머릿돌을 두고 한은은 처리 절차를 문화재청과 논의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국감에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처리 방법으로는 머릿돌의 철거, 머릿돌 속 글씨를 지우는 삭제, 다른 돌로 현재 머릿돌을 가리는 복개(覆蓋),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 등 4가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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