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넥타이'는 행운의 상징"…바이든 20년 동안 간직했다

입력 2020-11-09 14:53
수정 2020-11-09 15:12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주고받은 편지 2점이 9일 최초 공개됐다. 또 두 정치인이 '넥타이 선물'을 두고 나눈 대화도 알려졌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이날 공개한 사료는 1983년 9월30일 바이든 당선인(당시 상원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1984년 2월2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보낸 편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2~1985년 미국 망명 기간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민주화와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제로 한 자신의 연설문과 기고문을 동봉한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바이든 당선인이 보낸 편지는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대한 답신이다.

이 편지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당신이 보내준 정보가 유용할 것"이라며 "당신이 다루는 문제들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국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한 의원 중 한 명이었다. 이때부터 바이든 당선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친분을 쌓아왔다.

김대중도서관은 "이번 사료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관계가 시작된 1980년대 초중반 시기 두 사람과 관련된 사료의 최초 공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랜 기간 긴밀한 인연을 맺었던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향후 대미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이런 사실을 참조하는 것이 국익 실현에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DJ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1년 8월 방한한 바이든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의 모습을 회고하며 "강력한 동맹주의자이자 김대중 대통령 대북포용정책(햇볕정책)의 지지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은) 원칙적이면서도 상당히 유연한 외교적 사고를 가졌다"며 "북한과 얼마든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가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과 김대중 대통령 간 연결고리로 잘 알려진 '녹색 넥타이'에 대한 숨겨진 일화도 공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01년 당시 미연방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청와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하던 중 즉석에서 넥타이를 바꿔 맨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에 수프가 묻어 있었지만 바이든 후보는 향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행운의 상징으로 이를 보관해왔다는 후문이다.

장성민 전 의원은 "본인이 '생신 선물'로 드렸던 넥타이"라면서 "70을 훌쩍 넘어 나이가 들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가급적 청춘처럼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녹색으로 골랐는데, 바이든 당선자가 '승리의 상징'으로 간직한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넥타이에 담아 전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한미 관계는 이렇게도 가깝고 격의 없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관계"라며 "공통의 가치로 꽁꽁 묶여 있는 관계여서 앞으로도 이런 혈맹관계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바이든 당선인이 그 넥타이를 매고 방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