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온다…EU가 이끈 친환경차 성장에 '가속 페달'

입력 2020-11-09 12:03
수정 2020-12-08 00:31

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던 와중에도 선전한 친환경차 시장이 새로 들어설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맞물려 성장에 가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친환경차 시장의 약진이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가 본격화되는 동시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친환경 정책을 앞세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선 내년 EU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위반하는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벌금을 부과한다. EU는 기존 130g/km였던 자동차 CO2 배출 허용량 규제를 올해부터 95g/km으로 강화했다. 올해는 유예기간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이를 위반할 경우 초과 배출량 1g/km당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일본 닛케이신문이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2019년 CO2 배출량을 기준으로 EU의 규제를 적용한 결과 독일 폭스바겐은 45억 유로(약 6조원), 미국 포드는 14억6000만 유로(약 2조원), 독일 BMW는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친환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벌금 폭탄을 맞는 셈이다.


EU의 CO2 규제는 2023년 62g/km, 2050년 10g/km로 꾸준히 강화될 예정이다.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9205만대로 전년 9579만대 대비 3.9%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2017년 9629만대를 기록한 후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2017년 351만대, 2018년 460만대, 2019년 527만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온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2021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 부문·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정부 관용차를 친환경차로 교체하고 친환경차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과 환경규제 강화는 친환경차 판매를 늘린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51.1% 증가한 150만대(HEV 94만대, 전기차 56만대)가 판매되며 세계 친환경차 1위 시장에 오른 바 있다. 미국 친환경차 시장의 극적인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미국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되면 국내 자동차 업계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로 수출된 한국산 자동차 240만대 가운데 88만4000대(36.8%)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다. 더군다나 친환경차에 있어서는 국내 업계의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수소전지 기술과 수소차 양산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데 이어 지난 7월 수소차 최초로 누적 1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 6월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해 스위스로 수출했고, 2022년에는 미국에서도 수소트럭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차량을 선보이는 내년을 전기차 대중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도 출범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관세 부과 위험성도 사라질 것"이라며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업계가 호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