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년 수 조원씩 쓰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비용은 누가 부담할까. 지금까지는 한국전력공사가 대부분 냈다. 지난해만도 2조4000억원을 쓴 신재생 공급의무화제도(RPS) 이행 비용이 대표적이다. RPS 제도는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보조금이다.
이 같은 부담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한전이 정부에 내는 배당금이 사라지고, 자칫 혈세로 메워줘야 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뛰었던 2008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6680억원을 긴급 투입해 한전 손실을 보전해줬다.
하지만 이때까지 국민들은 이런 부담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 등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비용이 그저 한전의 빚으로만 쌓였기 때문이다. 독일과 영국 등 '신재생 선진국'들이 아예 전기요금 청구서에 관련 비용을 따로 표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비용을 전기요금 청구서에 명시하는 법안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추진 속도와 비용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에만 쌓아 둔 '태양광 청구서'9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RPS 비용 전기요금 고지 관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영국·미국 뉴욕주·펜실베니아주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는 법률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비용을 전기요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구성하고 있는 원가와 송·배전비용, 각종 세금, 부담금과 그 용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전기요금 청구서에 △조달·판매 △송전비용 △송전시설 점용료 △재생에너지 부담금 △해상풍력 지원금 △전력 소비효율 개선 △전기세 등이 각각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2.5배 가량 비싸고, 재생에너지 관련 비용은 이 중 4분의 1 가량이다. 하지만 반발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소비자들에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비싸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서다.
반면 한국의 전기요금 청구서는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할인요금 △전력기금 등으로 뭉뚱그려 나열돼 있다. 어떤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됐는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윤 의원은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국민에게 신재생 관련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나누도록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누적되는 비용을 해결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피하고, 그저 발전자회사 및 한전 적자로 쌓아두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 논의 첫걸음은 '전기요금 표시'
윤 의원은 "RPS비용 등 신재생 관련 비용을 전기요금 청구서에 명시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며 "다만 여기 들어가는 비용을 얼마나, 어떻게 부담할지는 돈을 내는 국민 스스로가 알고 결정하게 돕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전기요금이 2022년까지 5년간 1.3%, 2030년까지 13년간 10.9% 오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업부가 반발을 피하기 위해 과소 예측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법조사처도 윤 의원의 입법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현행법에 따라서도 신재생 확대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 및 전기요금에 반영이 가능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발전사가 부담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른 부담금을 공개하고 전기요금에 별도 항목으로 표시하는 입법을 검토해볼 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