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中企-스타트업 '콜라보'로 반도체 연간 100억 외화유출 막아

입력 2020-11-19 13:38
수정 2020-11-19 16:27


국내 2위 센서 장비업체 카이스와 SK케미칼 상무 출신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의 필수품인 특수 화이버센서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계 회사가 장악한 우리나라 특수 화이버센서 시장에서 연간 100억원의 외화유출을 막게 됐다는 분석이다.

19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카이스와 화이버센서 전문기업 라이트가이딩시스템은 최근 내화학성(테프론)·내열성·진공용 화이버센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쓰이는 ‘특수 화이버센서 3종’을 모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 공급되기 시작해 내년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의 제품 양산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라이트가이딩시스템은 박헌진 순천향대 나노화학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그는 SK케미칼 상무로 재직시절 고분자화합물 사업부문을 맡아 이론 및 실무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버센서란 공장 자동화에 쓰이는 가장 기초적인 센서로 전자기적 방해로부터 자유롭도록 전선내 전기가 아닌 광섬유내 빛으로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화이버센서의 연간 국내 시장규모는 약 500억원이며 이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공정에 쓰이는 내화학성(데프론)·내열성·진공용 화이버센서를 ‘특수 화이버센서’로 부른다. 일본내 시가총액 3위 기업이기도한 일본내 최대 센서업체 키엔스를 비롯해 옴론, 파나소닉, 아즈빌 등이 주로 한국 특수 화이버센서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연간 국내 시장 규모는 100억원대다. 소재·부품·장비의 핵심 분야이지만 한·일 무역분쟁에도 일본이 별다른 수출 규제를 하지 않아 국산화가 더뎠던 분야로 통했다.

데프론 화이버센서(사진)는 주로 반도체 웨이퍼나 디스플레이 패널을 깎거나 가공할때 혹은 세척할때 쓰이는 불산, 염산, 황산 등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졌다. 보통 플라스틱소재나 전선은 이들 물질이 닿기만해도 녹아버리지만 이 센서는 이를 견디면서도 센서로서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이의 회로를 입힐때는 미세한 입자의 영향도 막을 수 있도록 진공의 환경이 필요한데, 이때 쓰이는 것이 진공용 화이버센서다. 최대 섭씨 250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열성 화이버센서 역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필수품이다. 고난이도 융합기술이 들어가는 이 센서 장비들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삼성·LG전자의 디스플레이를 만들때 필요한 필수품이었지만 그동안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해야했다. 박헌진 교수는 “만약 일본이 이마저 수출을 중단했다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들은 모두 멈춰섰을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 기술로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분야인데, 국산화에 성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카이스와 라이트가이딩시스템은 테프론 화이버센서에 대해선 2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고, 나머지 센서도 국내 및 해외 특허 출원을 준비중이다. 카이스는 연간 매출이 150억원이지만 올해 20%가량이 늘어난 1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