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각국 정상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이후에나 공식 축하 전문을 보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내 혼란한 상황을 이용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9일 “중국 지도자들은 관행적으로 미 대선에서 패자가 승복하고 승자가 수락 연설을 한 다음 축전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알기로 대선 결과는 미국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된다”며 “입장 표명은 국제 관례에 따라 할 것”이라고만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전날 쓰촨~신장 철도 착공과 관련한 중요 지시에서 “이는 신시대 중국 공산당의 신장위구르 지역 통치를 위한 중요 전략이자 국가 통일을 수호하고 민족 단결을 유지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장 지역은 인권 문제를 놓고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곳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속한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인권 문제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시 주석이 신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일종의 기 싸움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까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확정 몇 시간 만에 축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크렘린궁 측은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온 뒤에 푸틴 대통령이 축하 인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을 적(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자국 우선주의는 미국을 고립시켜 러시아에 득이 되지만, 바이든이 강조하고 있는 동맹 복원은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설명이다.
북한도 침묵하고 있다. 관영 매체는 물론 ‘우리민족끼리’ 같은 대외 선전용 매체도 선거 결과에 대해 무반응을 보였다. 미·북 관계가 180도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관련 보도를 자제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침묵에 대해 일각에서는 바이든을 트럼프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로 보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러시아를 미국 국가안보의 가장 큰 위협으로 거론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강경한 성향을 보여 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