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시절 마련한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공천) 관련 당규를 수정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 도중 사퇴한 선출직 공직자에게 적용하던 공천 불이익 규정을 광역단체장 선거에 한해 사실상 폐지했다. 앞으로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준비하던 지역에 ‘낙하산 전략공천’이 결정돼도 재심을 신청할 수 없게 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8월 공직 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출마해 보궐선거를 유발하는 경우 경선 평가점수에서 25%를 차감하는 규정에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경우에는 감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는 문 대통령이 2015년 만든 조항이다. 지난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페널티가 25%로 상향됐다. 당시 출마를 타진했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산 페널티가 커지자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 문 대통령이 마련한 당헌을 수정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때 공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당헌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이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이번에 당헌 102조 재심 규정에 ‘전략공천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재심을 신청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단서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앞으로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 후보자들은 자신의 지역에 연고가 없는 후보가 전략공천되더라도 불만을 제기할 길이 막히게 됐다.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제주갑 선거구에 송재호 당시 후보가 전략공천되자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던 박희수 예비후보 등이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내용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현역 의원 중 우상호·박용진·박주민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 등은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전략공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을 논의했던 장경태 의원은 “광역단체장 선거까지 감산 페널티를 적용하면 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회의원은 한 명이 빠진다고 해서 의사 결정 과정이 왜곡되지 않지만, 단체장은 집행 권한이라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략공천 재심 불가 조항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지역구가 분구되거나 현역이 불출마하는 지역 위주로 전략공천을 해왔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재심 신청을 안 받았는데, 이를 조항으로 명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 개정은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