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까지 93경기가 필요했다. 다음 우승까진 4개 대회면 충분했다. 안나린(24)이 빠른 속도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신데렐라’에서 ‘돌풍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안나린은 8일 인천 스카이72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647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그는 2위 장하나(28)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가져갔다. 우승상금은 3억원. 이로써 안나린은 한 달 만에 시즌 2승이자 통산 2승째를 신고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93번째 대회였던 오텍캐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신데렐라로 주목받았다. 이후 열린 4개 대회 만에 정상에 서며 단숨에 상금왕 후보로 떠올랐다. 이 대회 상금 3억원을 보태 5억9502만원을 모은 그는 상금 선두 김효주(7억3213만원·25)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시즌 최종전인 SK텔레콤·ADT캡스챔피언십에 2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어 산술적으로 역전도 가능하다.
안나린은 3라운드까지 선두 자리를 나눠 가진 박민지(22), 장하나와 챔피언 조에서 시작했다. 장하나와 박민지가 나란히 2번홀(파4)에서 보기로 흔들린 상황. 안나린은 홀로 버디를 낚아채며 앞서 나갔다. 강풍에 경쟁자들이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안나린은 9번홀(파4)에서 8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밀어넣어 더 도망갔다. 10번, 11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장하나가 한때 1타 차로 따라붙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17번홀(파3)에서 안나린이 보기를 범한 사이 장하나가 퍼팅 실수로 더블 보기를 적어내 승부가 갈렸다.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장하나는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대회 우승 상금에 버금가는 준우승 상금 1억7250만원을 챙긴 것으로 아쉬움을 덜어냈다. 박민지는 이날만 5타를 잃으면서 이다연(23)과 함께 최종합계 2언더파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허윤경(30)은 자신의 고별전을 1언더파 10위로 마쳤다. 그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도와 골프장 경영인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솔라고CC를 소유한 박경재 회장의 아들 박상현 씨(33)와 2016년 결혼했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우승자인 안나린의 통장으로 시상식 현장에서 상금 3억원을 즉석 송금해 눈길을 끌었다. 송금에는 그룹의 스마트뱅킹 앱 하나원큐가 사용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