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일종 "삼성생명법 반대…일감몰아주기 규제 찬성"

입력 2020-11-08 13:32
수정 2020-11-08 13:53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8일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지주회사의 의무 지분율 상향,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조항에 대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찰 등 경성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조항은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등 금융 관련 법·제도 개편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법률안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성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과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정비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성 의원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보험업법 등을 다루는 정무위원회의 국민의힘 측 간사로 향후 법안 처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성 의원은 중소기업 창업자 출신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해온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찬성하는 등 당 내부에선 다소 개혁적인 성향으로 평가받았다. 실제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한 입장은 김 위원장의 그간 소신과 상당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그는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전체적인 방샹성에 동의한다”면서도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해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임대차 3법처럼 시간에 쫓기듯 처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법안)심사과정에 시간이 걸려 법이 내년 상반기 통과되면 도대체 어떤 문제가 생기냐”고도 반문했다.

금융시장의 ‘핫이슈’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내 보험사가 현재 취득 원가로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계열사 소유 지분을 시가로 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국민연금이 주당 1만원에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기업에 투자했는데 주식이 100만원으로 올랐다, 심지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이런 주식을 굳이 팔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성 의원은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 한 유형으로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조항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률안 조항 중 찬성하는 부분들도 공개했다. 내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대표적이다. 규제 대상 총수 일가의 상장사 지분율을 ‘현행 30%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성 의원은 “기업 대주주가 소유 지분율을 19.9%만 보유하고 0.1%를 계열사로 넘기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며 “대주주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합쳐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사실상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다만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라며 “법을 개정할 때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 (조세 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에 넘겨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 의원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등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률 조항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힘 정무위를 중심으로 최소 세차례 이상 토론회,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는 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다음은 성 의원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내용을 손질했다.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등 현안이 많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어떻게 꾸려갈 계획인가.

“법안을 본격 심의하기 전 중소, 중견기업, 대기업, 학계 전문가들을 불러 토론회, 공청회를 열 생각이다. 최소 세차례 이상 계획하고 있다. 원래 지난 9월 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됐다. 국민의힘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고 보면 된다. ”

▷법 개정 취지에 동의하나.

“총론에 동의하지만 세부 각론은 따져봐야 한다. 기업과 경제의 체질 강화하고, 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 놓는 법을 만들겠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독소조항’도 있는데.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최대 15%까지) 제한하는 조항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공익법인에 출연된 주식 등 자산은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없어 사실상 사회, 국가로 귀속되는 재산이다. 불필요한 규제다.”

▷상속세 등을 제대로 내지 않고 부를 편법으로 상속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있다.

“재단을 엄격하게 관리하면 되는 일이다. 굳이 재단의 주권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지주사의 의무 지분율을 20%(비상장은 40%)에서 30%(50%)로 올리는 법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거세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이 자기자본을 쓸 거냐 타인자본으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활용할거냐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지주사가 지분을 더 많이 갖도록 규제하면 다른 생산적인 투자로 갈 자금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다. 왜 30%로 규제를 강화해야 하냐고 묻고 싶다.”

▷민주당은 기업 오너들이 쥐꼬리만한 지분율로 경영의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지분율 20%가 쥐꼬리 지분율인가.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 하에서 기업들이 자율주행, 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북돋아줘야 한다. 굳이 비생산적인 분야에 자본을 가둬야 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어떤가.

“내부 거래 대상 기업에 자회사만 포함된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계열사 지분도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인 상장사 기준을 특수관계인 지분율 기준 ‘30% 이상’에서 ‘20%’로 내리는 게 정부안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19.9% 보유하고 0.1%를 계열사로 넘기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 계열사 보유 지분과 대주주 보유 지분을 합쳐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상속세 부담이다.

“동의한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때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서 (조세 정책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에 넘기려고 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상속세 부담 완화를 같이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별개로 처리할 사안이다.”

▷상속세 부담을 어떤 식으로 낮춰야 하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상속세율이 25%다. 한국은 명목세율 50%, 주식으로 기업을 승계할 경우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감 몰아주기를 막으면 경쟁이 촉진되고 중소, 중견기업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법인세수가 증가하고 일자리도 당연히 늘어난다. 상속세는 연간 3조원 미만이다. 전체세수(294조원)의 약 1%에 그친다. OECD 수준에 맞게 점진적으로 낮춰갈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추정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규제다. 입찰과 관련한 정보 교환 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면 될 일이다.”

▷가격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법조항은 어떻게 보나.

“전향적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계는 검찰의 별건 수사를 우려한다.

“과거 사례에서 별건 수사가 있었는 지 여부를 따져볼거다. 또 공정거래 분야에선 별건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제안하는 방안도 보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도 경제 3법 중 하나다.

“금융 관련 법안들은 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화재, 증권, 자산운용의 건전성 등을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법이다. 하지만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개별 분야 법률이 이미 각각 건전성을 규제한다. 개별 법인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고객의 돈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는데.

“기업들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한다. 토론회, 공청회 통해 이해 관계자들 의견을 듣고 부작용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보완도 해야 한다. 법을 손봐야 한다는 전체적인 방향성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시간에 쫓기듯 처리하면 안된다. 임대차 3법처럼 통과시킬 수는 없다. 심사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법이 내년 상반기 통과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

▷김종인 위원장은 기회가 왔을 때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경제의 시스템을 보강하는 일이다. 절대 서두르면 안된다.”

▷토론회, 공청회는 언제부터 하나.

“이번 달부터 시리즈로 할 계획이다.”

▷3회 이상인가.

“최소 3회다. 미진하다면 더 할 생각이다.”

▷여당이 임대차 3법처럼 법안을 강행처리할 수도 있다.

“(야당이)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게 아니다. 제대로 만들어서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다.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논의하나.

“다른 법안들이 많다. 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이 아니다.”

▷민주당은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사들은 계열사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는데 보험사만 유독 취득 원가로 평가하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 기업에 투자했다고 치자. 투자 성과가 좋아 취득 원가 1만원하던 주식이 100만원으로 올랐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굳이 팔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