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가 이미 재검표 결정 의사를 밝히면서 미 대선 격전주가 잇따라 재검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경합주의 표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 점을 문제 삼아 위스콘신주를 비롯한 다른 주에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재검표 지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검표를 해도 선거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지아·위스콘신 재검표 확실시
대선 개표 나흘째인 6일(현지시간) 재검표가 확실시되는 곳은 조지아와 위스콘신이다. 두 곳 모두 바이든이 개표 막바지에 역전한 지역이다.
조지아주 브래드 라펜스퍼거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후보간 표차가 너무 적다며 재검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지아주에서 개표가 약 99% 진행된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1562표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득표율은 각각 49.4%로 같다.
조지아주는 주법상 의무는 아니지만 득표율 격차가 0.5% 미만이면 선거관리자나 후보자의 요청에 따라 재검표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위스콘신은 바이든이 49.4% 지지율로 트럼프(48.8%)를 0.6%포인트 앞섰다. 주법상 1%포인트 격차 이하면 패자가 요구할 때 재검표 할 수 있다.
이미 트럼프 캠프는 지난 4일 개표 결과가 나오자 재검표 입장을 밝혔다. 펜실베니아·네바다도 재검표 가능성 커져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최대 격전지인 네바다·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재검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96% 개표 기준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49.5%)과 트럼프(49.2%)의 격차는 0.3%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주법상 0.5%포인트 격차 이하면 재검표가 의무다. 이 수치를 넘어도 비공식 집계 완료 후 5일 이내에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다.
현 개표 추세로 볼 때 0.5%포인트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 캠프는 재검표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바다는 비용 부담을 전제로 패자가 재검표를 요청하면 가능하다. 현재 92% 개표 기준 바이든이 1.6%포인트 우위다. 노스캐롤라이나는 0.5%포인트 또는 1만표 차 이하면 요청에 의해 재검표가 가능하다. 현재 94% 개표 속에 트럼프가 1.4%포인트, 7만6000여표 앞서 있다.
이 밖에도 승부를 못 가린 주를 중심으로 재검표가 잇따를 여지는 충분하다.
애리조나는 격차가 0.1%포인트 이하면 무조건 재검표 해야 한다. 93% 개표 기준으로 1.4%포인트 바이든이 앞서 있다.
미시간은 2000표 격차 이하일 경우 재검표가 의무다. 하지만 현재 99% 개표 기준으로 14만7000여표 바이든이 앞서 있다.전문가들 "재검표 결과 바뀔 가능성 크지 않다"
그러나 미 언론을 비롯해 미국 선거법 전문가들은 재검표를 해도 당락이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도 적을 뿐만 아니라 승소하더라도 선거 결과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상황과 가장 유사한 2000년 대선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 당시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 캠프의 소송을 이끌었던 변호인도 "트럼프가 지금까지 제기한 소송들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등 근소하게 뒤진 경합주들을 대상으로 개표 중단 혹은 재검표를 요구하는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 측이 승소 기대를 할 수 있는 사건은 펜실베이니아 우편투표에 관한 소송 정도다.
선거일이 지나 도착한 우편투표의 개표를 허용한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의 결정을 연방대법원에서 뒤집은 점도 주목받았지만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AP통신과 더힐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선거일이 지나 도착한 우편투표를 분리해 따로 집계하라고 명령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연방대법원의 이번 명령에 영향을 받는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는 3000∼4000표 가량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만약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펜실베이니아의 승자가 바뀐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선일 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세기도 전에 이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근소한 차로 역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새뮤얼 이사샤로프 뉴욕대 법대 교수는 "그들이 내놓는 유일하게 일관된 법적 이슈는 선거일 이후 도착한 펜실베이니아주 부재자 투표 문제인데 이들의 표는 아직 세지도 않았다"며 "(트럼프 캠프의) 소송은 '선거가 사기'라는 수사적인 입장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같은 뉴욕대 교수인 릭 필데스는 "대부분의 소송은 무효표가 아니라 개표 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요구하는 내용"이라면서 "일부 승소하더라도 합법적인 개표 감시인이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