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사 인사서도 다주택자 배제

입력 2020-11-06 17:10
수정 2020-11-07 00:46
외교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해외 주재 공관장 인사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재외 공관장을 능력이나 도덕성보다 다주택 소유 여부를 따져 임명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전날 대사 11명, 총영사 6명을 새로 임명했다. 조현옥 신임 주(駐)독일 대사는 2017~2019년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을 지냈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된 ‘고위 공직자 부실 검증’ 논란의 당사자인 그가 주요 재외 공관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른 신임 공관장은 최근 재산 내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외교가에 따르면 이들 모두 1주택자이거나 다주택 처분 의사를 외교부 인사위원회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주프랑스 대사로 부임한 유대종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도 서울 답십리동 아파트(4억1300만원) 한 채를 소유 중이다.

외교부에선 작년 말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지침이 나온 이후 투기 목적이 없는 합법적 다주택자까지 공관장 인사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외교부 한 2급 간부는 올해 공관장에 지원하려다가 2주택자인 것이 문제가 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모님이 거주 중인 주택까지 처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러다 보니 외교부 내에선 “공관장이 되려면 주재 대상국으로부터 ‘아그레망(부임 동의)’을 받는 것보다 ‘1주택자’ 확인을 받는 게 우선”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주택자인데 공관장에게만 다주택자 배제 방침을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공관장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어학 능력과 국제 감각”이라며 “1주택자란 기준을 인사에 무리하게 적용하다가 실력 있는 외교관이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만 박탈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헌형/송영찬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