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전기차 2차전지(배터리) 소재 공장 증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관련 매출을 연 2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배터리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양 공장 증설·유럽에 신공장 설립포스코케미칼은 주주배정 후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6일 공시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포스코(지분율 61.26%)와 포항공대(4.14%)다. 포스코는 이번 증자에 약 5400억원을 투입한다. 기존 주주 중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물량만 일반 공모한다. 일반 공모에서도 실권이 발생하면 주관 증권사들이 모두 인수해 1조원을 채운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 중 약 6500억원을 전남 광양 공장 증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 7월 완공한 광양 공장은 배터리 소재 중 양극재를 생산한다. 현재 생산 능력은 연 3만t이다. 여기에 2018년 건설한 경북 구미 공장까지 합한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생산 능력은 연 4만t이다. 글로벌 양극재 시장의 약 3% 수준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 10만t, 2030년 40만t으로 양극재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2%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 광양 공장이 있다. 점진적으로 생산 물량을 1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럽에도 양극재 공장을 새로 짓는다. 약 1450억원을 투입해 2023년께 가동한다.
업계에선 폴란드를 유력한 후보지로 꼽는다. 포스코케미칼 양극재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LG화학의 유럽 주력 배터리 생산 공장이 폴란드에 있기 때문이다. 공장 증설과 함께 양극재와 음극재의 재료인 리튬, 흑연 등을 확보하는 데도 1675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음극재 생산 능력도 확충한다. 현재 연 4만4000t에서 2030년 26만t까지 확대해 글로벌 음극재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차지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천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세종 공장을 증설하고, 경북 포항에는 인조 음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실리콘 등 차세대 음극재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철강 버금가는 사업으로 키울 것”포스코케미칼은 과거 포스코의 철강 사업을 지원하는 자회사로 출발했다.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 4월 계열사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해 배터리의 4대 소재 중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포스코케미칼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최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2018년 포스코케미칼 대표 시절 “배터리 소재 사업이 향후 철강에 버금가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포스코케미칼이 혼자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금 소요가 너무 컸다. 포스코케미칼의 부채 비율은 공격적 증설 영향으로 작년 말 71.9%에서 올 상반기 말 114.5%까지 상승했다. 최 회장이 포스코를 통해 5000억원 이상 자금을 지원해 포스코케미칼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포스코케미칼이 목표대로 10년 뒤 배터리 소재에서 연 매출 23조원을 달성하면, 배터리 소재 사업은 철강 사업과 함께 그룹의 양대 핵심 축으로 부상한다. 지난해 포스코의 별도 기준 매출은 약 30조원이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