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멀어진 '대권 꿈'…與 대선 레이스 '양李 구도' 굳어지나

입력 2020-11-06 17:26
수정 2020-11-07 01:00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차기 대권의 꿈이 날아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벗었지만 업무방해 혐의에 발목을 잡혀 경남지사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양강 구도로 굳어질 전망이다. 김 지사를 지지했던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이 대표나 이 지사 중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가 대권 구도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권 꿈 좌절된 김경수민주당은 6일 김 지사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일제히 유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아쉽다”며 “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글을 썼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에서 남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늘 그래왔듯 흔들림 없이 도정에 매진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대표적인 친문 적자(嫡子)로 평가받는 김 지사의 차기 대선 출마는 좌절됐다는 평가다.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일러야 내년 1월 판결이 나온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과가 나와도 내년 4월부터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본격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지사가 대선 경쟁에 끼어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의 항소심과 관련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에 오늘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논평을 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 지사의 댓글 여론 조작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유린한 중대한 범죄”라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친문 세력 어디로 이동할까김 지사의 차기 대선 출마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당내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 대표와 이 지사 중 누가 갈 길을 잃은 친문 표심을 흡수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친문계 중진의원과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들을 끌어안으며 세력 형성에 나섰다. 대표적 친문 세력으로 꼽히는 박광온 민주당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하는가 하면 PK(부산·경남) 친문 세력인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세웠다.

이외에 홍익표 민주연구원장,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내 친문계열 인사에게 주요 당직을 맡겼다. 당내 현안에 대해 각종 특별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특위·TF’ 정치를 통해 주요 친문 의원들과의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 지사 역시 과거 친문 세력에 맞선 것과 달리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발언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최근 경기도 등 수도권 위주로 당내 친문 의원들과의 만남을 늘려가며 친문 세력 흡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년 보궐선거 ‘흔들’김 지사에 대한 이번 항소심 판결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후년 치러지는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정권 탄생의 정당성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여파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마당에 악재가 겹쳤다. 만일 대법원이 내년 보궐선거 전에 김 지사의 유죄 판결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경남지사도 보궐선거 대상이 된다.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핵심 전략 요충지인 PK 지역 모두가 국민의힘에 넘어가면 정권 재창출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장성철 공감과소통 소장은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성추문에 이어 댓글 조작 사건 등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음 선거에서 중도층 이탈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의 이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