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남 소국 연합체 '삼한'에서 갈라져 나온 가야…남동해안에 무역선·사신선 머문 여러 국제항 만들어

입력 2020-11-09 09:00

모든 정치력이 한데 모인 중앙집권국가가 옳은 것일까? 지역의 독자성을 주장하고, 권력을 분산한 지방분권국가가 옳은 것일까? 청동기 이후 인류가 항상 고민하던 문제였고, 지금도 한국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된다.

가야는 서기 42년부터 562년까지 존속했다. 전기에는 백제, 신라와 자웅을 겨뤘다. 가장 먼저 일본 열도로 진출했고 무역으로 번성한 나라였다. 하지만 중앙집권적 고대국가를 이루는 데 실패해 일찍 멸망했다. ‘삼국시대’가 아니라 ‘사국(四國)시대’라는 용어를 만들지 못한 가야의 성공과 실패는 해양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아유타국 허황옥 설화가야를 가리키는 용어는 다양하다. 원래 이름은 ‘구야’ ‘가라(加羅)’였지만 불교의 영향을 받은 듯한 ‘가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일본에는 ‘가야’ ‘가라’ ‘게야’ 등의 지명이 있으며 보통 ‘韓’으로 표기된다. 후에는 1870년대에 일본 근대화론자들이 주장한 ‘정한론’처럼 한국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됐다. 건국과 발전의 과정이 복잡하고 여러 나라와 관계를 맺은 데서 이 같은 다양성이 나온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는 건국설화가 두 개 실려 있다. 하나는 9간(干, 칸)이 구지봉에서 여섯 개의 알이 담긴 금합을 받았는데, 하나는 수로왕이 됐고, 나머지는 5가야의 주인이 됐다는 내용이다. 또 하나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신비하고 실체를 알기 힘든 허황옥(許黃玉) 이야기이다. 48년 7월 27일, 붉은 돛을 단 배 한 척이 망산도(지금의 창원 인근)에 닿았다. 배에는 돌탑과 20여 명의 종자, 16세의 여인과 오빠가 있었다. 하선한 그녀는 자신이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이며 김수로왕과 혼인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인도·동남아시아에서 온 집단일 가능성허황옥의 존재 때문에 한국 최대 성씨인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가야 역사에 관심을 두고, 그녀를 해양 활동과 연관시킨다. 또 아유타국의 위치를 놓고 인도 갠지스강 유역의 아요디아 왕국(김병모 교수), 태국 북부의 아유타야시 등의 설을 내놨다. 그런데 과연 2000년 전 한반도까지 이르는 장기 항해와 원거리 이동이 가능했을까? 이론상으로 남서 계절풍을 이용하고, 필리핀 북부부터 구로시오(黑潮)에 편승하면 가능하다. 나는 2012년 이것을 입증할 목적으로 루손섬을 출항한 뗏목탐험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중국은 기원전 3세기에도 그 지역들과 교류가 활발했다. 그렇다면 허황옥 집단이 인도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왔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시기와 지역, 국제적인 상황, 유물, 유적 등 해결할 과제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황옥이 해양력을 갖추고 가야 지역을 목표로 진출한 집단의 대표라는 점은 분명하다.

中·日과 활발히 교류한 ‘삼한’최소한 기원전 3세기 무렵에 한강 이남에 ‘삼한’이라는 소국 연합체가 있었다. 이 소국들은 큰 강가나 교통이 편리한 바닷가에서 발전했다. 중국의 《삼국지》 한전에 따르면 가야가 계승한 변한은 낙동강 유역과 남해안 일대에 있었다. 미리미동국(彌離彌凍國), 고자미동국(古資彌凍國), 미오야마국(彌烏邪馬國) 등을 비롯해 구야국, 독로국 등 12국으로 구성됐다.

남동부 해안은 경상 내륙을 훑고 내려온 낙동강 수로망들이 모여 남해와 만나는 출해구다. 동해 연안 항로와 남해 연안 항로가 만나는 해륙 교통의 결절점이기도 하다. 특히 김해지역은 대한해협을 건너 대마도와 이키섬을 경유해 일본 규슈와 이어지는 최단거리에 있다. 따라서 중국 지역, 한반도, 일본 열도를 이용하는 무역선과 사신선이 경유하는 국제항구였다. 《삼국지》 왜인전에선 대방에서 일본 열도의 야마대국까지 가는 항로와 항해 거리, 경유하는 소국들의 위치와 규모를 기록하면서 출발 기점이 구야한국임을 알려줬다. √ 기억해주세요 가야는 서기 42년부터 562년까지 존속했다. 전기에는 백제 신라와 자웅을 겨뤘다. 가장 먼저 일본 열도로 진출했고 무역으로 번성한 나라였다. ㅜ김해지역은 대한해협을 건너 대마도와 이키섬을 경유해 일본 규슈와 이어지는 최단거리에 있다. 따라서 중국, 한반도, 일본 열도를 이용하는 무역선과 사신선이 경유하는 국제항구였다.